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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서울 도심 유휴지 적극 개발… 1~2인 주택 최고기업 되겠다”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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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용 SH공사 사장 / ‘베드타운’ 신도시는 4인 가족 기준 / 인구구조 변해 … 교외 개발 비효율 / 사대문 안만 개발해도 10만호 생겨 / 단독주택 밀집지 생활SOC도 확충 / 서울 자가점유율 40% 초반 머물러 /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 안정 도모 / 일자리 만들어내는 도시 재생 주력 / 해외 도시개발 등 사업 다각화 추진

“공공임대주택을 최고 품질로 만들려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청신호’ 주택 특화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1∼2인 가구용 주택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전문기업으로 거듭나려 합니다.”

‘도심’, ‘1∼2인 가구’, ‘임대주택’.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사) 김세용 사장이 최근 자주 입에 올리는 세 단어다. 그는 줄곧 서울 도심 개발을 강조해왔다.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기에 서울 외곽이 아닌 도심을 효율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또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집값 안정과 주거난 해결을 위해 필수라고 여긴다.

세계일보

SH공사 김세용 사장이 폭발적으로 느는 1∼2인 가구의 구성원들이 살고 싶어하는 서울 도심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이들의 주거 수요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내놓은 3기 신도시 계획을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에 30만호가 개발되면 서울 주거난을 해소하기보다 지방 수요만 흡수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토지보상비가 시장에 미칠 영향도 우려스럽다.

21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사옥에서 김 사장을 만났다. 서울 도심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당위성, 임대주택 확대, 도시 재생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그는 “SH공사가 올해 30주년”이라며 “도요타가 렉서스를 론칭하는 기분으로 SH공사가 1∼2인 주택 시장에서는 최고의 전문기업이 되도록 각오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로 일하다 처음으로 공공기관장을 맡은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학자다운 논리정연함으로 현안을 짚었다.

세계일보

-수도권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도시보다 서울 도심 개발이 우선이라고 말해 왔는데.

“서울이 가야 하는 방향은 ‘콤팩트 스마트 시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가 임대주택 확충이었다.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지난해 6월에 만들었다. (논의 끝에) 지난해 말에 임대주택 추가 8만호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이 아이디어의 상당수는 SH에서 나왔다. 내 기조는 ‘외곽 베드타운이나 그린벨트에서는 (임대주택 건설을) 하나도 안 한다’이다. 지금 서울 종로, 중구 상주인구가 2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현행법대로 사대문 안만 압축해서 개발해도 10만호 이상이 공급된다. 도심에 유휴지가 생각보다 꽤 많다. 이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외곽이 아닌 도심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 많이 지은 외곽 베드타운 신도시는 4인 가족 기준이다. 그 전제는 가장이 통근 거리 늘려서 출퇴근하면, 자녀는 잔디밭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서울은 1∼2인 가구가 50%가 넘는다. 더 이상 4인 가구가 주류가 아니다. 10년이 지나면 1인 가구가 단독 1위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외 베드타운이 어필할 수 있을까. 1∼2인 가구가 가장 원하는 입지는 공기 좋은 데가 아니라 직장과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이다. 고령화 측면에서도 외곽 베드타운은 적절치 않다. 노인 인구 역시 외곽을 원하지 않는다. 공기 좀 나빠도 재미있고 식당 많고 사람들 모여서 떠드는 곳을 원한다. 실제 일본이 1970∼80년대에 지은 신도시가 노인들 때문에 비어가고 있다. 뻔히 보이는데 교외 신도시를 지을 필요가 있나. 인구구조가 변하는 상황에서는 도심으로 압축시키는 게 답이다.”

세계일보

-하지만 정부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발표분까지 더하면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이 30만호다. 보상비만 30조원 이상 나올 거다. (이번 발표에) 교통 인프라는 빠져 있는데 신도시가 건설되고 입주가 시작되면 교통 대책도 세워야 한다. 몇 가지 우려된다. 30조원이 풀리면 어디로 갈까. 결국 (정부) 부동산 정책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 또 지방이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때까지 경험으로 보면 수도권 인구가 (이 신도시에) 사는 게 아니고 지방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수도권의 주택 사정이 좋아지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 수 있다.”

세계일보

-서울시도 도심 위주로 2022년까지 공적임대주택 24만호를 만들고, 추가 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한다. 계획대로면 임대주택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다.

“우리 공사는 24만호 중 6만7000여호, 추가 8만호 중 약 3만호 공급을 책임진다. 선진국의 공적임대주택 재고비율을 살펴보면, 영국 18.2%, 프랑스 14.1%, 핀란드 18.4%다. 서울은 7.6%에 불과하다. 서울시 임대주택 공급 목표가 달성되면 이 비율이 16%가 돼 선진국 수준에 이를 것이다. 공적임대주택 비율이 10% 선을 넘어서면 어느 정도 (시장)가격조절 기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주택은 보통 기피 대상이다. 순조롭게 늘려나갈 수 있나.

“최근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주민이 있다. 이분들이 구·시의원, 구청장 등에게 민원을 내니, 표를 생각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표명을 한 경우도 있다. 최근 사례를 들면 성동구치소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하니 주민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래서 ‘이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젊은층의 자격 요건이 연봉 5000만원 이하다, 맞벌이면 연봉 1억원 이하가 된다, 주민들보다 소득이 높을 수도 있다’고 설득했다.”

세계일보

-우리 국민은 집 소유욕이 강해 임대주택은 부동산 해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모든 국민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자가율 평균이 2014년 기준 70.4%다. 과거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서울시 자가점유율도 2005년 44.6%, 2010년 41.1%, 2015년 42.1%, 2017년 42.9%다. 매년 8만호 주택을 공급해도 높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집 없는 시민은 전·월세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니) 우선 과제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SH공사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 안팎이다. 임대주택이 확대될수록 재정부담도 커질 텐데.

“저렴한 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하면 임대보증금 등의 증가로 부채가 늘게 된다. 실제 지금까지 관련 부채도 계속 증가했다. 그럼에도 공사의 부채비율을 2018년에 188%까지 낮췄다. 임대주택이 이익 보는 사업은 아니기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해외 도시개발이다. 이미 몽골 울란바토르, 대만 타이베이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의 게르가 15만호인데 이를 아파트로 바꾸는 작업에 SH가 적극적으로 와서 일해달라고 한다. 또 네팔 카트만두 도시계획 마스터 플랜과 수도 주변 개발 마스터 플랜 수립을 위해 세부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다. 액수로는 크지 않지만, 해외에서 SH의 경험을 요청하는 나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세계일보

-도심 주택 공급을 강조했는데 서울시는 노후 주거지 재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보다 도시 재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서울은 아파트와 단독·다세대가 약 6대 4 비율이다. 자산 가치 측면에서 아파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으나, 서울의 아파트는 서민이 소유하기에 비싼 주택이 됐다. 또 철거 방식의 도시정비사업은 공동체 해체, 도시 경관 훼손 등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를 적극 추진해왔다. 실제 저층 주거지 거주하는 분들 설문조사를 해보면 집 자체에는 크게 불만이 없다. ‘내가 왜 버스 타고 경로당 가야 하느냐, 도서관이 어딘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 불만이다. 아파트 산다면 당연히 누릴 편의시설이 없다. 그래서 생활SOC(사회간접자본)를 확대하려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단독·다세대 밀집지역의 주거 수준 향상과 자산가치 상승으로 과도한 아파트 선호 경향을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서울시 도시 재생 사업이 ‘벽화 그리기’와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도시에서 ‘재생’이 오해되고 있다. 도시 재생의 본질은 일자리 창출이다. 인건비가 비싸서 중공업이 서구 도시에서 빠져나간 게 1980년대다. 이 상황에서 산업구조 재편에 성공한 도시는 재생이 된 거다. 뉴욕·런던은 금융으로 특화했다. 제가 지난해에 SH형 도시 재생은 일자리 재생이라고 했다. 그래서 창업 공간을 계속 만들고 있다. 이번에 SH 산하에 인재개발원을 만들었는데,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건설업자, 인테리어 업자를 배출하려 한다.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는 것, 광주형 일자리가 바로 재생이다.”

-서울시 도시 정책에 줄곧 참여했지만 기관장은 처음인데.

“학자로서는 국부적으로 정책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전체를 봐야 한다. SH는 세금을 쓰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가야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지난해에 와서 직원과 소통하면서 가장 공들였던 건 만연해 있는 ‘n분의 1’ 문화를 바꾸는 거였다. 다 같이 평등하게 가는 문화, 시간 지나면 똑같이 승진하고, 포상금도 동일하게 나누는 것. 신입사원에게 항상 얘기한다. ‘당신들이 엄청 분발해야 한다.’ 이들이 20대인데, 이들은 100년 정도 더 살 가능성이 크다. 은퇴하고도 60년을 더 살아야 하니, 회사는 전문기술을 배우는 교육기관이 돼야 한다. SH에서 30년 적당히 보내면 안 된다고 한다.”

대담=이상혁 사회2부장

정리=송은아 기자 sea@segye.com

SH공사 김세용 사장은… ●광주광역시 출생(1965년) ●고려대 건축공학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석사 ●고려대 공학 박사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서울시 마스터플래너 ●미국 하버드대 풀브라이트 펠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미국 컬럼비아대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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