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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국민 불신’ 부른 경찰의 섣부른 해명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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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13일 서울 구로동 일대에서 술 취한 피의자를 검거하는 여성 경찰관 모습


‘단 하루.’

16일 ‘대림동 여경’ 영상이 언론을 통해 처음 등장하고 서울 구로경찰서가 17일 경찰서장 명의로 해명자료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경찰은 해당 영상이 편집된 것이며 실제로는 여경이 최종적으로 피의자를 검거해 소극적 대응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되레 증폭했다. 경찰이 공개한 전체 현장 영상에 “남자분 나오세요”, “수갑 채우세요” 등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장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론은 순식간에 악화되며 결국 ‘여경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이에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까지 재반박에 나서야만 했다. 경찰이 자신들에게 손해가 되는 이슈를 막는 과정에서 ‘자충수’를 두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충분한 증거와 해명내용을 준비하지 못한 채 반박부터 하다 역풍을 맞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림동 여경 사건 대응은 이슈와 여론에 대한 숙고가 너무 미흡해 ‘무엇이 문제가 될 지도 몰랐던’ 것처럼 보인다.

버닝썬 사건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지난 1월 28일 폭행사건 보도가 나온 지 단 하루 만인 29일 경찰서장 명의로 초동조치가 정당했다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곧이어 경찰의 과잉대응 소지가 포함된 순찰차 블랙박스와 경찰 보디캠 등이 공개되면서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다음날 있었던 경찰의 추가 해명은 국민적 불신까지 낳았다. 강남서 형사과 등은 30일 버닝썬 의혹을 제기한 김상교씨가 사건 당일 있었던 성추행 사건으로 고소를 당했다고 반박했다. 김씨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 반박은 채 보름도 되지 않아 김씨 고소인이 버닝썬 MD이자 마약 투약 및 유통 의혹을 받는 ‘애나’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뒤집어졌다.

세계일보

김청윤 사회부 기자


급한 불은 끄는 게 맞지만 부채질이 허술해서야 불을 더 번지게만 만든다. 경찰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수사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고 그것을 제일 잘해야 할 조직이다. 권위는 신뢰에서 나온다. 믿음을 잃은 경찰은 더 이상 공권력을 앞세워 국민을 지킬 수 없다.

김청윤 사회부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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