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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의정부 일가족 사망 父 주저흔, ‘극단 선택’ 가능성…“사실이면 엄연한 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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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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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일가족 3명 중 가장의 시신에서 ‘주저흔’(자해 과정에서 망설인 흔적)이, 딸의 시신에서 ‘방어흔’(공격을 방어하면서 생긴 상처)이 발견돼 생활고를 겪던 남편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는 이 같은 가능성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엄연한 가장의 ‘타살·살해’라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1일 채널A ‘NEWS TOP10’과 인터뷰에서 “(가장)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가족을 살해하고 함께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엄연히 ‘타살’이라는 것이다. 아내와 딸은 아버지에 의해서 ‘살해’됐다는 것이다. 딸에게도 선택권이 있었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명백한 ‘범죄’라는 것.

이 교수는 “가족 간에 살해하는 사건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현저히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 국내의 살인사건만을 봤을 때 33%가 동거 가족에게서 살해되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 그런 부분은 외국에 비해서 3배 정도 높은 비율이다. 특히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하는 국가에서 이런 사건이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11시 30분경 의정부시 용현동 A 씨(49)의 아파트에서 A 씨와 아내(45), 딸(17)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중학생 아들(14)이 같은 방에 쓰러져 있던 이들을 발견해 신고했다. 아내와 딸은 침대 위에, A 씨는 침대 아래 바닥에 누운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인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새벽 늦은 시간에 잠들었다가 오전 11시경 일어나 보니 부모님과 누나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119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자살을 한 것 같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국과수에 일가족의 부검을 의뢰해 1차 구두소견을 받았다. 이에 따르면 A 씨의 시신에서 ‘주저흔’이 발견됐고, 딸의 시신에서 ‘방어흔’이 발견됐다. A 씨 아내의 시신에서는 주저흔이나 방어흔이 나오지 않았다. 신고자인 아들의 손에서는 상처 등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경찰은 A 씨가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아직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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