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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의정부 일가족 사망 현장서 흉기 3점 발견…경찰 “피 탓 지문 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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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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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중 아버지와 딸에게서 각각 주저흔(자해 과정에서 망설인 흔적)과 방어흔(공격을 방어하면서 생긴 상처)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서 수거된 흉기는 모두 3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의정부경찰서는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의정부시 용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의 1차 부검 소견을 발표했다. 가장 A 씨(51)와 그의 아내 B 씨(48), 딸 C 양(18)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바 있다.

소견에 따르면 A 씨의 경추에서 ‘주저흔’이 발견됐으며 딸 C 양의 손과 가슴 등에서 ‘방어흔’이 발견됐다. 아내 B 씨의 시신에서는 주저흔도 방어흔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숨진 3명 모두 목의 동맥 손상이 결정적인 사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A 씨와 B 씨는 목이 베이고(절창) 찔려(자창) 사망했다. A 씨는 경추 외에도 몸 곳곳에서 자상이 발견됐다. C 양은 목이 찔려 숨졌다.

A 씨는 방바닥에 B 씨와 C 양은 침대 위에서 숨져 있었다. 경찰이 아파트 1층 출입구와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외부 침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장에는 흉기 3점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에 피가 묻으면서 지문이 남지 않아 국과수에 DNA 분석을 의뢰한 상태”라며 “긴급 의뢰했으나, 분석에 시간이 걸려 빨라도 3~4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3명 모두 사전 합의 하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A 씨의 시신에 난 상처의 훼손 정도가 심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당시 새벽 4시께까지 학교 과제를 준비하다 아버지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늦잠을 잔 아들 D 군(15)은 뒤늦게 사건을 목격하고 119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이 자살한 것 같아요. 빨리 집으로 와주세요’라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D 군의 손 등에선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없었다. D 군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사건 전날 부부와 딸은 거주 중인 아파트 처분 문제를 두고 상의했다. 이에 경찰은 이들의 채무 문제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또 숨진 가족이 제2금융권에 진 대출 등 억대 채무 문제로 힘겨워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확보했다.

A 씨는 7년 전부터 경기 포천시에서 목공예 관련 일을 해왔는데 최근 1년 새 불경기 여파로 거래처와의 수금 문제가 발생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부인 B 씨는 시내 점포에서 종업원 등으로 경제활동을 했으나 억대에 이르는 채무 때문에 힘들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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