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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1년 걸린 르노삼성 합의안 `도루묵`…협력사·부산 경제, 또 태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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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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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르노삼성 노조원들이 잠정 임금·단체협상 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르노삼성 미래는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노조는 사측과 재협상을 요구하며 기존 부분파업을 넘어선 전면파업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대로 가면 수출 신차 배정마저 무산되며 르노삼성이 내수용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임·단협 잠정 합의로 한숨 돌렸던 협력사와 부산 경제에도 시름이 커지게 됐다.

르노삼성 노조의 잠정 합의안 투표를 무산시킨 건 생산직이 아닌 영업직군이다. 영업직군은 조합원 444명 중 442명이 21일 투표에 참여해 290명이 반대표(65.6%)를 던졌다.

생산직 1662명 중 52.2%가 잠정 합의안에 찬성했음에도 영업직의 반대 때문에 결국 합의안이 부결되고 말았다. 재적 조합원 2252명 중 1071명만 찬성하면 가결되지만 전체 찬성표는 1023표로 48표 부족했다.

이번 임·단협의 핵심 쟁점은 작업 전환 배치에 대한 노조 측 합의 권한이다.

노조는 작업 외주화를 막기 위해 합의권을 요구했고 사측은 인사권 침해라며 맞섰다. 노조는 지난해 6월 시작한 임·단협이 장기화하자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2차례(총 250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파업에 의한 생산 차질은 1만4320대, 액수로는 2806억원에 달한다.

노사는 역대 최장인 11개월에 걸친 임·단협 협상을 끝내기 위해 서로 한 발씩 양보했다.

작업 전환 배치에 대한 '절차'를 도입하고 그 문구를 단협에 적시해 노사 협의를 강화한 것이다. 대신 노조는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였고 회사는 보상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식대 보조금도 3만5000원 올리고, 성과급은 임·단협 타결 격려금 50만원 등 총 976만원에 생산성 격려금(PI)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과 수십 표 차이로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이 같은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르노삼성은 이제 생산량 회복 대신 전면파업이라는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노조는 22일 대의원을 모아 임·단협 재협상 일정을 논의하면서 파업 방침도 결정한다. 노조 관계자는 "다수 노조원이 사측 제안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만큼 전면파업 카드를 유력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조는 이달 17일 전까지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아예 주야간 생산을 제로(0)화하는 전면파업을 전개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파업이 재개되면 르노삼성은 생산 절벽이 불가피하다. 당장 급한 건 올해 말 위탁생산이 종료되는 일본 닛산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연 10만대)의 후속 물량이다. 르노삼성은 유럽 수출용 크로스오버 SUV 신차 'XM3'(연 8만대) 신규 배정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는 르노삼성 노사가 임·단협을 지난하게 끌면서 XM3 수출 물량을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은 파업 기간에 발생한 손실도 막대하다. 올 1~4월 르노삼성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8% 줄어든 5만2930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은 이 같은 생산 절벽이 계속되면 올해 말께 현 2교대제를 1교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애타게 르노삼성 임·단협 합의안 통과를 기다리던 협력사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 지역 르노삼성 협력사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하도급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상치 못한 르노삼성 임·단협 부결로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타 자동차업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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