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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국민은 도대체 몇 군데서 수사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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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고 지방자치경찰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내용의 경찰개혁안이 20일 발표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하고 검찰·경찰 수사권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청와대·정부·더불어민주당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이 같은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방안은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찰 조직을 복잡하게 만들어 국민 불편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을 낳는다. 정치권·검찰·경찰이 서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그 와중에 민생은 실종돼 버린 개혁안이라는 뜻이다.

당정청은 경찰청장·지방청장·경찰서장의 부당한 사건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개방직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서 수사과장·형사과장 등이 수사에 대한 지휘권과 감독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치안·행정을 담당하는 일반 경찰은 경찰청장이 통솔하고,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경찰은 분리해서 국가수사본부장이 통솔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광역시장 또는 도지사가 관할하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 연내에 입법을 추진하고 자치경찰제 시범실시 지역도 5개 시도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경찰은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공권력이지만 지금 경찰개혁 방안에서 국민 불편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경찰이 앞으로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게 된 뒤 사건을 불공정하게 처리하면 고소인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검찰에 이의신청하는 낯선 절차를 별도로 밟아야 한다. 지금보다 더 피곤해지게 된다. 자치경찰·일반경찰·국가수사본부로 경찰 조직이 복잡해지면 피의자·피해자·목격자가 이곳저곳 불려다니며 중복 수사를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자치경찰·일반경찰·국가수사본부가 서로 "우리 책임이 아니다"며 떠넘기기를 하면 도움의 손길이 급한 국민의 울화통만 터지게 된다. 자치경찰이 지방 토호세력과 유착한다면 제2, 제3의 버닝썬 사건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치 중립성도 중요하지만 검찰·경찰의 진정한 개혁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경찰 조직이 복잡해지고 그 결과 서로 권한을 놓고 혼란을 빚고, 국민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면 그런 개혁은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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