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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정부 “최저임금 탓에 고용 감소”… 정책기조 손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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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 수치 없는’ 실태조사 결과 / 정부는 이념적 정책 틀 벗어나 / 소득주도성장 수술대에 올려야

세계일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초래했음을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가 어제 최저임금 영향분석 토론회에서 공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 속하는 다수 기업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고용을 감소시켰다고 한다. 중소제조업과 일부 기업에서도 고용 감소가 있었지만 오히려 증가한 업종도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였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수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경영난과 폐업으로 내몰고, 경제를 불황의 늪에 빠뜨린 최대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런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조사 수치를 공식 발표해야 한다. 그럼에도 토론회에서 연구용역을 맡은 경영학자의 주장을 뒤섞어 ‘뜬구름 잡는’ 식의 결과만 공개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들다. 고용 한파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결과를 내놓으면서 ‘일부 업종의 고용이 감소했다’고 얼버무리니 이런 황당한 일도 없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이후 30% 가까이 올랐다. 그 충격이 초래한 고용대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월 고용 통계만 보더라도 실업자와 전체·청년 실업률은 19년 만에 가장 높다. 30, 40대 취업자는 27만7000명이나 감소해 19개월째, 제조업 취업자는 5만2000명 줄어 13개월째 감소 행진을 했다. 오죽하면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최저임금 인상폭을 노동생산성 증가폭(3∼4%)보다 작게 하라”고 권고하겠는가. 경제위기론까지 제기되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 최근 5개년 표준편차 하한보다 두 배 낮은 값을 뚫고 내려갔다”며 “경제위기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수출은 반도체 불황과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5월 들어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7%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 구호를 앞세워 최저임금 인상에만 매달린다면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소상공인은 생계수단을 잃는다.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수도,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 전에 정부는 경제 실상을 똑바로 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 정부 입맛에 맞게 실태조사 결과를 가공하려고 해선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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