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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국회 정상화' 협상 돌입한 한국당, 셈법은?…추경‧패스트트랙 지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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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여야 3당 호프회동 통해 본격 협상

패스트트랙, 사개‧정개특위 대신 개별 상임위 이관

이달말 예결위 임기 만료, 다음달 추경 처리안 제시

황교안 장외투쟁 일정 및 당내 반발 '암초'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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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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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던 자유한국당이 원내 복귀를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섰다.

한국당이 요구했던 패스트트랙 철회 및 사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검경수사권조정‧선거제개편안 등 법안의 개별 상임위 이관과 6월초 재해 추가경정예산 별도 논의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을 논의하는 사개특위(공수처‧검경수사권)와 정개특위(선거법)가 각각 다음달 30일 활동 기한 종료를 앞둔 가운데 기한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추경의 경우엔 오는 29일 국회 예결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임기 종료를 앞둔 점을 감안해, 새 위원들을 임명 후 이르면 다음달 초 재해 추경을 별도로 편성하자는 주장이다.

관건은 역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이다.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을 입법부 장악을 위한 '좌파 독재'라고까지 규정하며 강력 반발해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21일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패스트트랙 강행 관련) 민주당의 확실한 의사표명과 함께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등 3당 원내지도부는 여의도 인근 한 맥줏집에서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패스트트랙 철회를 주장했지만, 물밑에선 사개‧정개특위 기능을 폐지하는 방안을 민주당에 협상 카드로 제시한 셈이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각 당 특위 위원들 그 난리를 쳤는데 어떻게 다시 얼굴을 보고 협상을 하겠냐"며 "민주당에서 특위 연장 주장이 나오니까 연장을 거부한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사개‧정개특위의 활동 기한 연장이 안 될 경우엔 선거법은 안행위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안은 법사위로 이관된다. 현재 정개특위 위원장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임을 감안할 때, 한국당 입장에선 법안 이관을 통해 상대적으로 좀 더 수월한 협상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당 지도부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회 정상화까지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먼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지난 7일부터 '민생투쟁 대장정'을 벌이고 있는 황교안 대표와 일정 조율 문제가 관건이다.

황 대표의 현장 일정이 오는 24일까지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나 원내대표가 원내 복귀를 선언할 경우, 장외투쟁 열기에 찬물을 뿌리는 식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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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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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무래도 당 대표가 장외로 돌고 있는데 의원들만 원내로 먼저 복귀한다는 건 모양새가 안 좋다"며 "원내 투톱이 조율해서 복귀 명분과 날짜를 잘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감지된다. 정개특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전날 여야 3당 지도부 호프 회동에 참석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봐도 뭐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며 "(패스트트랙 저지 과정에서)물리적 충돌까지 연출하며 '동물'이 되기도 했는데, 이런 극한 상황에서 맥주 들고 건배하는 모습을 봤다"며 나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돌아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것이 훨씬 더 '깔끔'하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가 원내 복귀를 위한 협상을 벌이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 등과 호프 회동으로 접촉하는 모습이 자칫 전열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한국당 소속 한 사개특위 위원도 통화에서 "특위 기한 연장을 안 한다는 게 무슨 소리냐. 금시초문"이라며 "해당 법안들은 사개특위에서 180일을 채워야 하는데 이관해서 논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당 지도부가 여당 지도부와 논의 중인 협상안이 당내 특위 위원들과 공유되지 않은 채 당내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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