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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여자경찰 “여성혐오가 여경에 투영”…여경 비율 30% 넘으면 혐오도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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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젠더연구회 전날 “여성혐오 멈춰라” 입장문

-연구회 소속 여경 “불평등 없애려면 소수자수 30% 넘어가야”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대림동 사건의 경우 한국 사회 전체의 여성 혐오가 그대로 여성 경찰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경찰의 수가 전체의 10%가 넘어가고 실제 길거리에서 여경들의 숫자가 눈에 띄면서 일어난 일이다.”

경찰청 내 학술모임 경찰젠더연구회 소속의 A여경은 22일 기자와 만나 이른바 ‘대림동 여경 사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젠더연구회는 전날 “여성경찰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는 입장문을 냈던 그 연구회다.

그는 “지난해 광주 집단 폭행사건 때 경찰의 무력한 법집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남성경찰의 문제로 몰아가지는 않았다”며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 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이 투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집단에서 소수자의 비중이 10% 초반일 때 이에 대한 혐오감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며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불평등을 없애려면 그 수가 30%가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경이 10% 미만이었을 때는 이 정도의 혐오는 없었다”며 ‘대림동 여경 사건’에 대한 남성들의 공격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젠더연구회는 15명의 여경으로 구성된 경찰청 내 학술모임이다. 2017년 12월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분과 위원들이 조직내 성평등 권고를 준비하면서 가진 여경과의 간담회 이후 조직됐다. 치안업무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고 보고,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모임이다.

경찰젠더연구회가 낸 의견은 ‘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지난해 경찰젠더연구회는 지난해 경찰개혁위원회에 경찰대, 간부후보생, 순경 등을 뽑을 때 여경을 뽑는 의무 비율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이후 경찰청은 2021년부터 경찰대, 간부후보생의 여경 선발 비율을 폐지하고, 성별과 관계 없이 통합 선발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순경 통합선발은 장기 과제로 남겼다.

경찰젠더연구회는 ‘여경 체력기준’에 대해서는 ’패스앤페일(Pass and Fail)’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이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채용에서 (체력기준을) 상향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체력 검정 수준을 선진국 수준에 맞게 높일 계획”이라며 여성에 대한 체력기준도 강화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A 여경은 “개인적으로 체력조건은 남녀가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용시 체력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여성경찰관이 소외되는 ’주변화‘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며 “체력 검정을 ‘패스앤페일’로 해서 어느 기준의 체력이 넘는 경우 모두 경찰관의 자격을 주고 경찰생활을 하면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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