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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트럼프 ‘中 기술 굴기’ 견제로 美 반도체 업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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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 굴기 견제·무역 분쟁으로 골치 아픈 美 반도체 업계
"美 첨단 분야서 中 인력 고용 승인 지연"
"공급망 얽혀 있는데 화웨이 거래 금지로 美 반도체 타격"

미국 정부가 첨단 분야에서 중국 인력에 대한 고용 승인을 내주지 않아 미 반도체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이 미국 첨단 기술 기업에서 일하려면 취업 비자와 별도로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최근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인에 대한 고용 허가가 잘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국 ‘기술 굴기’ 견제가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기술 굴기’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조선DB


◇ 中 인력 고용 승인 지연에 인텔·퀄컴 타격

2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 미 상무부가 지난해부터 첨단 산업에서 중국 인력 고용 승인을 지연하고 있어 인텔이나 퀄컴 등 미 반도체 업체가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기업이 첨단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취업 비자와는 별개로 미 상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상무부는 외국 인력을 첨단 분야에 고용할 경우 기술 해외 유출을 우려해 고용 허가를 면밀히 심사하고 있다. 미 국무부나 국방부, 에너지부 등과도 공조하고 있다.

미 반도체 업계는 미국에서 인력을 찾기 어려워 인력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미 기업의 첨단 분야에서 고용 허가를 받은 외국 인력 가운데 중국 인력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미 반도체 업체들은 신규 중국 인력을 채용하거나 중국에서 일하던 기존 중국 인력을 미국 내로 배치해야 하지만 허가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업계 일자리 수백개가 영향받고 있다. 과거에는 허가 절차가 몇 주 만에 끝났지만 현재는 6~8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 허가가 늦어지면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력을 놓치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조선일보

2019년 5월 20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 밖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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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급망 얽힌 화웨이, 가슴앓이하는 美 반도체 업계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를 상대로 거래 금지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 미 반도체 업계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는 미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생산에 필요한 제품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화웨이의 68개 계열사를 "미국 안보에 반하는 활동에 연루돼 있다"며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후 20일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거래 금지 행정명령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존 네트워크와 제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줬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화웨이 거래 금지 행정명령은 세계 공급망이 얼마나 상호 연관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예시"라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반도체 제조업체에 도움이 되는 만큼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했다.

세계 3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미 글로벌파운드리의 톰 콜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업계 공급망은 중국과 완전히 얽혀 있어 분리할 수 없다"며 "만약 우리가 이 문제(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화웨이 거래 금지 조치)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화웨이 협력체인 스카이웍스솔루션스와 자일링스 주가가 내려가면서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 반도체지수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14% 하락했다.

또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기술에 대한 엄격한 수출 제한은 미 기업들에 5년간 141억~563억달러(약 16조8000억~67조2600억원)의 매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일자리 7만4000개도 위태롭다. 20% 관세를 부과하면 1년간 반도체 산업에서만 일자리 9000개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미 반도체 업계 임원들은 현재의 무역 상황이나 화웨이와 관련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화웨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트럼프 행정부에 밉보이거나 자국민을 화나게 하는 위험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미반도체산업협회(SIA)는 회원사의 어려운 입장을 강조하며 최대한 부드러운 방향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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