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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정부는 경제 탄탄하다는데…KDI도 올해 성장률 2.4%로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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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춘데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각해질 경우 성장률이 2.2~2.3%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봤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보는 등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은 빠르게 식고 있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는 여전히 ‘거시경제는 탄탄하다’는 등 경제 낙관론을 설파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무리한 낙관론을 고집하지 말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조개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한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낮은 노동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과 규제혁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중 무역분쟁 확산되면 올해 성장률 2.2%까지 후퇴"

KDI는 22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 2.4%로, 지난해 11월 전망(2.6%)보다 0.2%P(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잠재성장률인 연 2.6~2.7%를 밑도는 수준이다. 성장률을 낮춘 배경에 대해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당초 예상보다 세계경제 둔화 속도가 빨라 수출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졌고 투자가 급감했으며 내수 위축이 동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성장률의 경우 작년 11월엔 2.5%로 예상했지만 이번엔 2.1%로 전망했다. 1분기 성장률(-0.3%)을 반영한 것이다. KDI는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지만, 2분기에는 1.2%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반기 성장률은 전년대비 2.6%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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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실장은 "성장률 수치로는 하반기에 회복 흐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반도체 설비투자 감소로 수입이 줄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상승하는 것에 따른 착시 효과로 볼 수 있다"면서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1.6%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망치(3.7%)에 비해 2.1%p 낮춘 것이다. 2.5%로 제시했던 수입 증가율 전망치는 -1.0%로 끌어내렸다.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은 생산 등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는 4.8% 감소해 작년(-1.6%)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역시 주택시장 침체로 4.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 성장률도 2.2%로 작년(2.8%)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이런 전망이 미·중 무역분쟁이 현재 수준보다 더 심각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했다는 점이다. 김현욱 실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현재 예상보다 더 둔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현재 전망보다 더 둔화될 수 있다"고 했다.

◇성장둔화 경고 쏟아지는데도 정부는 ‘경제낙관론’

주요 국제기구, 신용평가사, 연구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초반으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3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췄고,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도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IB들도 2%초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JP모간은 2.7%였던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내렸고, 바클레이스와 호주ANZ도 각각 2.5%에서 2.2%로 조정했다. 일본 노무라증권(1.8%), 캐피털이코노믹스(1.8%), ING그룹(1.5%) 등은 아예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춰 잡았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 중반 이상으로 전망한 곳은 한국 정부(2.6~2.7%), 한국은행(2.5%), 국제통화기금(IMF·2.6%) 등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연구기관 등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7%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낮춰잡고 있지만, 정부는 하반기 이후 빠른 경기반등을 예상하는 등 경기낙관론을 고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하반기엔 성장률 2%대 중후반을 회복할 것", "경제가 좋아지는 추세"라는 발언을 자주해 시장 참여자들과 엇갈린 인식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어려운 경제 현실을 인정하고, 성장 둔화에 맞는 정책 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6월말~7월초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와 한은이 이 때도 현재의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할 경우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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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 네 번째)이 16일 세종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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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개혁·규제혁신 등 없는 재정확대는 해법될 수 없어"

성장둔화 추세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거론된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등 일회적인 부양책을 넘어서는 구조개혁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혁신 등으로 경제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OECD는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구조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의 핵심 과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과거엔 낮은 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왔으나 이제는 주 52시간제 도입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어려워졌다"고 했다.

KDI 또한 "생산성 증가세가 2010년대 수준에 머물 경우 2020년대 연평균 성장률은 1%후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정책은 생산성 제고를 목표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생산성 향상보다는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양극화·일자리·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기 때문에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성 향상 없는 재정지출 확대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경기하강은 생산성 수준을 넘어서는 노동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이런 점이 투자위축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단기적인 경기 보강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생산성 향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성장둔화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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