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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판사가 고령자에 "주제넘은 짓" 발언…인권위 주의 권고했지만, 법원은 불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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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60대의 고령 방청객에게 "주제넘은 짓"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라고 판단하고 재발 방지 및 주의 조치를 권고했지만, 법원은 문제가 없다며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7년 6월 60대 초반의 대학교수 A씨는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학교 총장의 배임 및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방청하다 40대 판사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해당 판사는 A씨가 탄원서와 함께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자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주제넘은 짓을 했다" 또는 "주제넘은 것이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판사가 형사소송법상 증거절차를 지키고 피고인 방어권 침해 우려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이런 발언을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A씨에게 한 것은 자존감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사건이 발생한 광주지방법원장과 현재 해당 판사가 소속된 수원지방법원장에게 재발 방지와 해당 판사에 대한 주의 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광주지방법원장과 수원지방법원장 모두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발언은 판사의 재판 진행 과정에서 나온 말로 소송지휘권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법정 언행이나 재판 진행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법원장은 인권위 권고에 대해 불수용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며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언행으로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법원의 불수용 사실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광주지법은 인권위의 공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법관의 언행은 재판의 범주에 포함되며 이와 관련한 진정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1항에 따라 각하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소속 법관들의 법적 언행이 적정하게 구현되도록 노력했고 앞으로도 모니터링 및 재판 진행 컨설팅 등을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인권위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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