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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가스 점검 나갔더니 바지 벗는 고객…안전 사각지대 놓인 여성 가스점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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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 중순 오후 7시30분께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갔더니 집 안에 큰 개가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개를 잡아 달라고 말하고 점검을 하는데 고객이 하의를 벗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머리가 하얘졌지만 돌발사항이 있으면 안 될것 같아 참고 점검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 2018년 2월 한 아파트에 점검을 갔을 때 그 집이 어떤 회사 숙소였습니다. 회사복 차림의 남자 여러명의 ‘이쁜 아줌마 몇 살? 몸매가 어떠니...’ ‘다음에도 아줌마가 점검 와’ 등 반말과 성희롱에 도망치듯 나와 계단에 앉아 울었어요. 한참을 울다 다시 일을 하러 갔었어요.

# 2012년 7월경 아파트에 가스점검을 갔다가 ‘잠깐만요’ 라는 고객 말에 옆집 먼저 점검을 했습니다. 다시 갔더니 상의를 탈의한 상태에서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고객이 돌아서는데 나체였어요.

여성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이 겪은 성희롱 사례다. 가스점검원들이 대다수 여성이며 고객의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업무를 해야하는 특성상 성희롱과 추행의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은 회사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분회와 여성위원회는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상시 위험에 노출된 여성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예방하지 못한 경동도시가스와 울산시는 책임 있는 자세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여성 점검원들에게 매월 1200여 건에 달하는 점검 건수가 배정되고 이 중 97%를 완료하지 못하면 임금이 삭감되는 성과제를 운영하고 있어 위험 속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2015년 점검원 성추행 사건 이후부터 안전점검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과 재발방지 계획 수립을 촉구 해왔지만 울산시와 회사가 요구를 묵살해 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5년에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경우 회사가 점검원들에게 긴급 호출장비와 호루라기만을 지급했을 뿐 별다른 대책은 없었다.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져 현장에서 사용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노조는 사측과 울산시에 ▲가스안전점검 업무 2인 1조 운영 ▲개인할당 배정과 97% 완료 성과체계 폐기 ▲가스안전점검 예약제를 실시 ▲감정노동자 보호 매뉴얼 마련 ▲성범죄자 및 특별관리 세대를 점검원에게 고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경동도시가스서비스센터분회는 안전점검원들의 안전에 대한 대책 없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지난 2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심영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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