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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백석과 채만식의 음식 묘사 대결 …'맛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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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맛'이라는 예외적 성취를 일구어낸 작가들

뉴스1

신간 '맛대맛' 표지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당대 손꼽히는 문학가 두 명의 작품 속 음식과 그 맛을 묘사한 표현을 비교한 책이다. 비교는 둘째 치고, 바로 앞에 음식을 가져다 놓은 듯한 주옥 같은 글들이다.

우리 시단의 가장 높은 봉우리 중의 하나인 백석의 작품 속에는 무수한 음식이 등장한다. 그의 시는 음식이야말로 웅숭깊은 삶과 문화의 젖줄임을 웅변한다.

"동해 가까운 거리로 와서 나는 가재미와 가장 친하다. 광어, 문어, 고등어, 평메, 횃대…. 생선이 많지만 모두 한두 끼에 나를 물리게 하고 만다. 그저 한없이 착하고 정다운 가재미만이 흰밥과 빨간 고추장과 함께 가난하고 쓸쓸한 내 상에 한 끼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백석의 동해 본문 중에서)

그가 토속 시어로 노래한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슬픔은 음식이란 장치를 통해 공동체 집단의 DNA에 대한 그리움으로 승화한다.

백석 못지않게 음식에 탐닉한 사람이 소설가 채만식이다. 290여 편에 이르는 소설, 희곡, 수필 등 채만식의 작품 속에는 도처에 음식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등장한다.

"찾아간 친구의 점심 대접이 극진하다. 희다 못하여 푸른 기가 돋는 서리쌀(풋쌀)에 푸른 콩을 놓은 밥, 된장찌개에서 나는 솔버섯의 향내, 연한 풋배추를 다홍고추로 이겨 담은 김치, 그리고 삶은 영계에 코를 쏘는 소주. 뜰 앞에 가을 국화순이 우북이 자랐고, 빨랫줄에 제비가 한쌍 심란스레 앉아 지저귀지도 아니한다"(채만식의 가을 수제 본문 중에서)

시인 백석은 한반도의 가장 북쪽에서 태어났다. 평안북도 정주 여우가 나는 깊은 시골이 고향이다. 소설가 채만식은 한반도 남단의 곡창 호남평야가 고향이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이 책은 우리 문학의 한복판에 자리하면서도 '문학의 맛'이라는 예외적 성취를 일구어낸 두 사람의 작가, 북녘 시인 백석(시인의 맛)과 남녘 소설가 채만식(소설가의 맛)의 문학세계를 대비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맛대맛 / 백석, 채만식 지음 / 가갸날 펴냄 / 1만3500원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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