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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신진서 파죽의 3연승…`GS칼텍스 사나이`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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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 바둑랭킹 2위인 신진서 9단이 22일 끝난 제24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서 랭킹 3위 김지석 9단을 맞아 내리 3연승을 거두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사진 제공 =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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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배 결승에서 맞붙기 전 신진서 9단(19)과 김지석 9단(30)은 모두 일곱 차례 대결해 모두 불계 승부를 펼쳤다. '반상의 주먹'끼리 싸움은 늘 그렇게 난타전이었다. 두 기사 모두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상대가 걸어온 싸움 역시 절대 피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두 기사가 결승에서 처음 맞붙은 제24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그래서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전쟁터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더욱이 한국 바둑 랭킹 2위와 3위 간 싸움이어서 치열한 영토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일방적이었고 그 차이 역시 너무나 현격했다.

22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끝난 결승 5번기 세 번째 대결에서 한국 바둑랭킹 2위 신진서는 15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랭킹 3위 김지석을 3대0으로 일축했다. 지난해 이세돌을 상대로 3승2패로 우승했던 신진서는 이번에는 완봉승을 거두며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로 24기째를 맞은 GS칼텍스배에서 2연패는 총 다섯 차례로 늘어나게 됐다. 이창호(2·3기, 8·9기)가 두 차례 연속 우승에 성공했고, 박영훈(12·13기)과 김지석(18·19기)에 이어 이번에 신진서가 그 대업을 이루며 'GS칼텍스배의 사나이' 계보를 이었다.

지난달 '입신' 자격으로 처음 출전한 제20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에서 승리하면서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데 이어 GS칼텍스배까지 품으면서 신진서는 차세대 한국 바둑의 대표 주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결승 전 3승4패로 밀렸던 신진서는 김지석과의 역대 전적도 6승4패로 뒤바꿨다. 신진서는 지난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IMSA) 월드마스터스챔피언십 2019 바둑 혼성 페어에서도 최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올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승부는 초반 팽팽하게 흘러가는 듯싶더니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면서 점점 그 형세는 신진서의 백 영토로 변했다.

신진서는 대국 후 "계속 만만치 않았던 것 같은데 전투에서 잘되면서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 승부처는 좌변이었다"고 평가했다.

신진서는 이제 20세를 바라보는 어린 나이지만 반상에 앉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손끝의 매서움은 어느 기사 못지않다. 타고난 승부 감각과 빠른 수읽기는 그를 이세돌이나 김지석 못지않은 싸움 바둑의 대가로 평가받게 한다.

특히 감정의 변화를 읽기 힘든 그의 스타일은 많은 경쟁자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이번 우승을 확정하고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2연패를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운도 따르고 컨디션도 좋아 승리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또 "두 번(23기와 24기) 다 좋은 선배님들과 둬서 기뻤고, 또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세계기전 우승이 없지만 신진서는 "세계 최정상 기사들과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신진서는 첫판을 96수 만에 가뿐하게 승리로 시작했지만 절대 성급해하지 않았다. 첫 대국 승리 후 "이제 한 판을 이겼으니 특별한 소감은 없다. 남은 대국을 잘 준비해서 좋은 바둑을 두겠다"고만 했다. 두 번째 판에서 한바탕 난타전 끝에 18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도 결코 자만하지 않고 3국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신진서에게 GS칼텍스배는 자신의 바둑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이정표로 남을 전망이다. 작년 GS칼텍스배에서 처음 우승하면서 바둑대상 MVP로 선정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11월에는 박정환을 끌어내리고 국내 랭킹 1위에도 올랐다. 비록 현재 박정환에게 다시 국내 최고수 자리를 내줬지만 현재 기세를 보면 그 자리를 다시 찾는 것도 시간문제일 듯 보인다.

첫판부터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를 당한 김지석은 "내용이 너무 허무해서 아쉽다. 남은 판에서는 오늘처럼 허망하게 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심기일전했지만 2국과 3국을 내리 내주면서 세 번째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김지석은 2년 전 22기(2017년) 때도 결승까지 올랐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대국 후 김지석은 "컨디션이 좋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바둑을 두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신진서는 우승할 자격이 충분히 있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덕담을 남겼다.

매일경제신문·MBN·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는 제24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우승 상금은 7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500만원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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