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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유네스코 "여성 목소리 AI 비서,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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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목소리로 작동하는 AI(인공지능) 비서들이 성적 편견을 부추기고 가부장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가 "AI 비서들이 가부장적인 생각을 복제하고 있으며, 여성은 순종적이고 형편없는 대우도 참고 견딘다는 성적 편견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애플의 AI 비서 시리(Siri). /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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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애플의 시리 같은 AI 비서가 "여성을 버튼 조작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고분고분한 도우미'로 인식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진은 AI 비서가 여성의 목소리로 사용자의 모욕에 대해 회피하고, 오히려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특히 우려할 점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기업이 AI 음성으로 여성 목소리를 채택하는 이유를 남성 위주의 기술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네스코는 대화 시작 전 AI 비서가 인간이 아니라는 언급을 하도록 설정하고, 기술업체들이 음성 보조장치의 기본 음성을 여성으로 설정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여성주의자들은 그동안 기술 기업들이 여성 목소리의 AI 비서를 채택함으로써 여성은 부차적이고 남성은 주된 존재라는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을 퍼뜨린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영국에서는 애플의 시리 초기 설정 음성으로 남성 목소리가 설정되어 있으며, AI 비서에게 성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뉴욕대의 메러디스 브루서드 조교수는 자신의 저서 ‘페미니즘 인공지능’에서 테크놀로지 산업이 소수의 백인 남성 엘리트 집단에 의해 장악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 집단의 특징을 ▲기술지상주의 ▲자유지상주의 ▲천재 숭배 ▲반문화 ▲성·인종 차별주의로 요약하며 이들의 편견이 지금의 테크놀로지 시스템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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