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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과학인재 육성이 병특 취지인데"…학생들 텝스·한국사 시험에 목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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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특제도, 2020년부터 축소·폐지고려…본래 취지 맞게 개선해야

뉴스1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효과적인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제136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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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공계 병역특례제도인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오는 2020년부터 축소·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과학기술 인재육성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병역의무로 인한 과학인재의 '연구절벽'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실상은 영어 시험과 한국사 성적에 목매는 실정이다.

곽승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22일 '제136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이공계 학생들이 전문연구요원제도로 편입하기 위해 영어나 한국어 점수에 매달려 연구까지 소홀하게 되는 상황"이라면서 "전문연 제도 본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효과적인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연구요원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병역자원의 일부를 선발해 특정 기관에서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병역대체복무 중 하나다. 대상은 이공계 석사이상 학위를 취득한 이공계 인재다. 지난 40여년간 시행돼 왔지만 국방부는 오는 2020년부터 전문연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혀 과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곽 교수는 "전문연 편입 준비자 중 서울대 학생들은 텝스 준비에 약 83%의 시간을 할애하고, 포스텍 학생들은 65%를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반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은 11.1%에 불과하다"면서 "학생들 간 전문연 선발의 형평성과 예측가능성이 같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기원 박사과정 전문연 선발 규모는 해마다 400명이다. 이들은 모두 시험없이 선발된다.

반면 교육부 소관 자연계 대학원 113개는 해마다 600명이 배정되고 있으며 영어 시험 텝스(TEPS)와 한국사 성적을 합산해 선발한다. 자연계 대학원 전문연 배정인원도 최근 5년새 100명이 줄어 경쟁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어 학생들이 영어와 한국사 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토론자들도 전문연의 운영 방식이 본래 취지인 과학기술인력양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임상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전문연 제도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현재 운영방식으로 제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부정적이다"라면서 "제도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현재 제도는 과기정통부 소속 대학에 특혜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교육부 소속 대학 내에서는 영어 성적으로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하고 있는데 이는 과학기술인 인력으로서의 선발 기준에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연 제도의 개선은 물론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축소가 아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곽 교수는 "자연계 학생들이 선발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전문연 지원에 있어 가장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핵심기술 개발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연의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방부 인사복지실 관계자는 "전문연 제도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지만 국가 안보가 가장 우선한다"며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이 상대적 발탈감을 느끼지 않게 대체복무 규모를 감축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만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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