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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최초공개] 김일성 통곡케한 백마고지···철원 DMZ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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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개방 예정, 예약 경쟁률 13대 1

한국전 최대 격전지 백마고지 보며 걷고

정전 이후 최초로 개방된 GP도 들어가

중앙일보

DMZ 평화의길 철원 구간의 하이라이트인 화살머리고지 GP. 정전 이후 민간인에 최초로 공개되는 분단의 현장이다. 1.9~2.4km 거리에 북측 GP 4개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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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길 철원 구간이 6월 1일 개방한다. 4월 27일 개방한 고성 구간에 이은 두 번째 평화의길로,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백마고지와 DMZ 안쪽 화살머리고지 GP까지 둘러보는 코스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평화의길 철원 구간은 주 5일(화·목요일 제외), 하루 2회, 회당 20명씩 참가한다. 사전 신청을 통해 당첨된 20명은 철원군 문화관광해설사 1명과 안전을 위한 셰르파 2명, 군인 2명과 함께 코스를 둘러본다. 참가자는 승합차 2대에 나눠 탑승한다. 전체 15㎞ 중 3.5㎞ 도보 이동 구간을 제외한 코스는 차량으로 이동한다. 모두 3시간이 소요된다.

고성 구간 개방 이후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철원군에서 민간용 방탄조끼와 헬멧을 구비해 차량에 구비할 예정”이라며 “안전 장비를 착용한 채 탐방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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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길 철원 구간 지도. [사진 두루누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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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27만 발이 쏟아졌다
출발지는 백마고지 전적지다. 1952년 10월 6~15일 열흘 사이에 12차례나 고지 쟁탈전이 벌어졌던 현장이다. 당시 우리 군은 3500명, 중공군은 3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영화 ‘고지전’이 이 전투를 소재로 했다. 철원군 김미숙 관광해설사는 “27만 발이 넘는 포탄이 고지에 투하된 탓에 산 정상부가 1m 낮아졌다”며 “고지를 뺏긴 뒤 김일성이 인근 고암산에서 사흘간 통곡하며 식음을 전폐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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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길 철원 구간 출발지점인 백마고지 전적비.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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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고지 위령비를 둘러본 뒤 차량에 탑승했다. 위령비 안쪽이 민간인에게 개방되는 건 정전 이후 처음이다. 출입증을 지닌 지역 농민만 드나들 수 있는 지역이다. 1.5㎞를 이동한 뒤 백마고지 조망대에서 하차했다. 고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여기서부터 3.5㎞가 도보 이동 구간이다. 남방한계선 철책에 바짝 붙어 걷는 줄 알았는데, 철책에서 5~20m 떨어진 군사도로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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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개방을 앞두고 새로 조성된 공작새능선 조망대. 남방한계선 안쪽에 굽이치는 역곡천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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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를 다 걸어 공작새능선 조망대에 닿았다. 군인들이 조망대 주변에 꽃을 심느라 분주했다. 조망대에서는 철책 너머 역곡천과 공작새 능선, 백마고지 측면, 화살머리고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DMZ 안쪽은 녹음이 짙었는데 철책 주변은 수풀이 깔끔했다. 김미숙 해설사가 “2015년 경기도 파주에서 목함지뢰 폭발 사고가 난 뒤 경계 강화 차원에서 벌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전 이후 최초 공개된 GP 내부
차를 타고 다시 1.3㎞ 이동 후 통문에 도착했다. 여기서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수거했다. 탐방객은 카메라도 맡겨야 한다. 통문을 열면 GP와 연결된다. 실탄을 무장한 군 병력과 함께 통문 안으로 들어갔다. 금세 화살머리고지 비상주 GP에 닿았다. 정전 후 최초로 민간인에 공개된 공간이다. GP 1층에는 깨진 철모, 여남은 개의 총탄 구멍이 난 수통, 장전된 소총 등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남북이 함께 유해 발굴과 지뢰 제거 작업을 하면서 찾아낸 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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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유해 발굴 작업 중 찾은 물품들.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살머리고지 GP 1층에 전시돼 있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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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 2층에는 태극기와 유엔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이 시원했다. 철원 구간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했다.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장소여서 사진 촬영은 엄격히 통제됐다. 군 관계자는 “1.9~2.4㎞ 거리에 북한 GP 4개가 있다. 소총이나 고사총 사정거리는 아니다”라며 “북측에서 특이 징후가 보이면 바로 탐방을 중단하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 철책에 첨단 감시 장비 수백 대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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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길 철원 구간은 아늑한 농촌 풍경과 냉험한 분단의 현실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탐방 코스다. 탐방객 뒤쪽으로 보이는 얕은 산이 화살머리고지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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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 철원 구간은 먼저 개방한 고성 구간만큼 인기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과 해금강의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 고성 구간과 달리 철원은 비슷비슷하게 생긴 산자락이 이어져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2일 현재 철원구간 개방 첫날의 예약 경쟁률은 약 13대 1이다. 한 달쯤 전 고성 구간 개방 첫날은 경쟁률 32대 1을 기록했었다.

문체부 홍성운 국내관광진흥과장은“한국전쟁 최대 격전지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성 구간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며 “파주 구간까지 개방되면 각기 다른 매력의 안보·평화관광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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