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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시진핑 “새로운 대장정”…중, 무역전쟁 장기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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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출발지 찾아 “모든 것 새롭게 시작해야”

군부대 방문해선 “전쟁 준비 태세” 강조도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한 포석인 듯

신화 통신, “모든 세대에 저마다 대장정 있어”

미, 화웨이 이어 중국 첨단기업 제재 카드 만지작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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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가 심상찮다. 1930년대 위기에 빠진 공산당이 활로를 연 대장정 출발지를 찾아 ‘새로운 대장정’을 언급하더니 군부대를 방문해선 ‘전쟁 준비 태세’를 강조했다. 무역전쟁이 격화하자 직접 대미 강경 기조를 내비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시 주석이 1934년 국민당군에 포위된 홍군이 370일에 걸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딘 장시성 위두현을 방문했을 때 “대장정의 출발점에 섰던 당시를 기억해본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22일 전했다. 시 주석은 이 발언을 한 20일 혁명 유공자 후손들을 만나서도 “공산당과 홍군은 대장정에서 절박한 상황을 하나하나 극복해가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하늘보다 높은 혁명의 이상에 의지해 믿기지 않는 기적을 일궈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발언을 소개하며 “모든 세대에 저마다의 대장정이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21일엔 장시성 육군보병학원을 찾아 “모든 교육은 전쟁과 승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대전의 특성을 파악하고, 전쟁 수행에 무엇이 필요한지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번 장시성 방문 때 희토류 공장도 들러,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질로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0%를 맡는 희토류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무역협상의 중국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대동한 것도 이런 관측으로 이어졌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무역전쟁이나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의 발언은 악화하는 외부 환경 속에 앞으로의 어려움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단기간에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동안 시 주석은 역대 중국 지도자들처럼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7년 4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정상회담 만찬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발표했는데, 시 주석의 기를 제압하려는 행동이었다는 추측이 나왔다. 그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그를 극진하게 대접하는 시 주석의 다소곳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이번에 보여준 태도가 미국에도 ‘할 말은 하는’ 자세로의 본격적 전환을 뜻하는 것인지와 관련해서도 다음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무역협상 타결이 가능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전례 없는 압박과 중국의 반미 감정 고조는 완전한 타협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타결 직전의 무역협상이 틀어진 것은 시 주석이 잠정 합의문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관영매체들이 연일 ‘대미 항전’을 강조하는 것도 중국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의 첨단 경비·보안시스템 업체 하이크비전을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1일 보도했다. 이 업체 장비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무슬림 탄압에 활용된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과 안면·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이 업체의 첨단 경비·보안시스템은 베이징올림픽(2008년)과 브라질월드컵(2014년) 등에 납품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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