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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조몰락조몰락 하다 보면 ‘작품’ 탄생…이천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 체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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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예스파크의 남양요에서는 달항아리로 유명한 이향구 도자기 명장과 함께 나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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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220여곳 품은 ‘공예 타운’

개성 넘치는 공방 골라 보는 재미

취향에 따라 나만의 체험 가능

달항아리 유명한 ‘남양요’에선

명장과 함께 도자기 빚고 굽고

유리공예·우쿨렐레 만들기까지

하루 동안 다 둘러보긴 힘들어

아쉬우면 추억 만들 ‘예술민박’도

‘이천 = 도자기’ 편견이 깨진다


싱그러운 봄 공기와 파란 하늘이 여행을 부추기는 계절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직접 몸을 움직이는 체험 여행만 한 게 없다. 가족·연인과 함께 훌쩍 다녀오려면 수도권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이런 조건을 다 갖춘 장소가 바로 경기 이천의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藝’s 파크)다.

예스파크는 도자기로 유명한 이천시가 10년에 걸쳐 조성한 국내 최대 공예타운이다. 도자는 물론 가죽, 목공, 한지, 옻칠, 조각, 바느질 등 220여개 공방이 입점해 있는데, 500여명에 이르는 작가들의 창작·주거 공간과 전시·판매장이 결합돼 있는 게 특징이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처럼 개성 넘치는 건물이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구경과 체험, 쇼핑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 명장과 함께하는 도자 체험

부지가 40만6000㎡(12만3000평)에 이르는 예스파크는 종일 돌아도 전체를 둘러보기 힘들다. 한옥으로 꾸민 관광안내소에서 각 공방의 특징과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먼저 숙지한 뒤 관심 가는 곳 위주로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게 좋다. 작품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며 작가에게 직접 설명도 듣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달항아리로 유명한 이향구 도자기 명장(66)이 운영하는 ‘남양요’를 먼저 찾았다. 1000년 넘게 이어져온 전통 방식의 가마가 먼저 눈에 띄었다. 가마 옆에는 빨리 타고 재가 적게 남는 얇은 소나무 장작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마침 가마 안에서는 30시간 넘게 구워낸 도자기들이 열을 식히는 중이었다. 작은 구멍 안으로 손전등을 비춰보니 줄지어 선 도자기들이 뽀얀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마 설명을 끝낸 이향구 명장이 물레 앞에 앉아 달항아리 만드는 시범을 보였다. “50년 전에 내가 처음 일 배울 땐 나무물레를 발로 밟아 돌리면서 하루에 사발 20~30개를 겨우 만들었어요. 지금은 전기로 물레를 돌리니깐 거저먹기나 다름없지.” 백자토를 몇 차례 두드려 크게 모양을 잡은 뒤 물레 위에서 슥삭슥삭 손을 놀리자 원통형의 흙덩어리가 20여분 만에 둥근 보름달을 닮은 항아리로 변했다. “물레 하나 갖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명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이 명장은 백자, 청자, 옹기 순으로 흙 속에 든 철분의 양이 많고 색도 진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백자토든 청자토든 찰흙 함량이 높으면 만들 때 다양한 모양을 내기는 좋지만 굽고 나서 쉽게 부서지는 단점이 있다고도 했다. 이 명장은 찰흙 함량이 35~40%인 흙만 사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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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현대 도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천세계도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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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요에선 이 명장과 함께 물레 체험을 할 수도 있고 직접 손으로 도자기를 빚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비용은 2만원 내외다. 완성된 작품은 이 명장이 손수 가마에서 구워 집으로 배달해준다. 기자는 완성된 자기 그릇에 그림을 채워넣는 체험을 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 명장의 딸 이원정 작가가 도자기용 안료의 특징을 설명하고 그리는 법을 시범 보였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얇은 붓으로 덧칠을 한 뒤 마지막으로 두꺼운 붓을 이용해 명암 처리를 하니 근사한 접시가 완성됐다. 양복점에서 맞춤 양복을 만들 듯 크기와 재질을 선택하고 직접 그림까지 그려낸 ‘나만의 접시’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 옹기로 의자를 만든다고요?

예스파크에 입점한 공방들은 건물 생김새부터 공간 구성, 상호, 작품 스타일까지 모두 제각각이다. 저마다의 취향을 강조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전시된 제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떻게 이런 것까지 도자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은 것도 종종 눈에 띈다. 스툴(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 같은 게 대표적이다.

여경란 작가의 도자기 공방 ‘여기담기’는 마니아층을 거느릴 정도로 예스파크에서 유명하다. 여 작가는 민화를 차용한 그림을 그려넣은 커피잔과 컵, 그릇 등 다양한 생활자기를 만든다. 귀여운 동물과 식물 위주로 아기자기하게 표현된 그림이 투박하고 단순한 모양의 자기와 잘 어울린다. 여 작가가 손수 모은 오래된 찬장과 생활소품도 눈길을 끈다.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갤러리와 연결된 공방은 상시 개방돼 있어 제작 과정을 엿보고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바른 뒤 구워내 완성품이 되기까지 자기 그릇의 색과 크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실물을 눈앞에 놓고 설명을 들으니 한결 이해가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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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나들이 연계 코스로 둘러볼 만한 설봉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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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릇’은 도예를 전공한 김승용·이나리 작가 부부가 전통 옹기 제작 방식을 재해석해 현대적인 옹기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공방이다. 전시된 옹기 제품은 다기부터 소반, 전등갓, 조명등, 스툴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독특하다. 그래도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을 수 있는 작은 단지류라고 한다. 작가의 왕성한 창작욕에 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기준은 여전히 보수적이어서일까. 그래도 최근 서울의 한 특급호텔이 빙수를 담을 그릇을 대량으로 사갔다고 한 걸 보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예스파크에는 공방에 딸린 아트스테이(예술민박)도 30여곳 운영 중이다. 체험과 숙박을 연계한 가족여행객을 위한 시설이다. 1박 3만원의 다인실 게스트하우스부터 고급형 가족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공방 순례를 하면서 쉬어갈 수 있도록 편의점과 카페도 여럿 자리 잡고 있고 한쪽엔 아예 카페거리도 조성돼 있다.

■ 이탈리아 유리장인 흉내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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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공방 플럭스에서는 다양한 유리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티스틱(머들러) 만들기 체험은 6세 이상이면 참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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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만 줄곧 보기가 지겨워지거나 색다른 체험이 하고 싶다면 대안도 있다. 예스파크 내 유리공방 ‘플럭스’는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유리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강사진의 전문성도 높고 공방의 시설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기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섬에서 만난 유리공예 장인들을 떠올리며 블로잉 체험(4만원)에 도전했다. 먼저 1300도가 넘는 열에 녹아 있는 액체 상태의 유리를 ‘블로 파이프’로 찍어 공 모양을 만들었다. 사전에 선택한 보라색 유리조각을 유리공에 묻힌 뒤 ‘글로리홀’이라 부르는 화로에 집어넣자 유리조각이 녹아내리며 부드러운 보랏빛 무늬가 만들어졌다. 그 상태로 파이프를 입에 대고 공기를 불어넣자 유리공이 부풀어오르며 커졌다. 부는 세기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결정되는데 보통 컵이나 화병을 만든다. 크게 만들려면 파이프를 불고 모양을 다듬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기자는 요즘 보기 드문 1000㏄ 맥주잔을 만들었다. 술잔이 너무 반듯하면 안될 것 같아 컵 주둥이와 허리 부분을 집게로 눌러 일부러 굴곡을 냈다. 잔 바닥과 파이프가 연결된 부분에 찬물을 뿌려 균열을 내고 나무방망이로 파이프를 살짝 두들기자 큼지막한 술잔이 떨어져 나왔다. 이젠 마실 일만 남은 거다.

플럭스의 티스틱(머들러) 만들기 체험은 6세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는데 어린이들의 반응이 좋다. 토치를 이용해 유리봉 끝을 녹여 구슬 모양으로 만들고, 무늬가 새겨진 모양 집게틀로 눌러주면 나뭇잎 형태의 손잡이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숙련된 직원이 아이들을 도와 체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불을 이용하면서도 안전하게 유리공예를 경험할 수 있다. 목공본드로 유리잔에 색유리조각을 잘라 붙이는 캔들홀더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유리조각을 최대한 작고 불규칙하게 만들수록 촛불이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빛의 움직임이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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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새긴 반려악기를 들일 수도 있다. 세라기타문화관에선 악기 몸통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새겨 나만의 우쿨렐레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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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기타 모양으로 생긴 ‘세라기타문화관’에선 우쿨렐레 만들기 체험(6만5000원)이 이뤄진다. 줄을 끼우지 않은 완성품 우쿨렐레에 물감과 붓으로 그림이나 글씨를 새겨 나만의 우쿨렐레를 만드는데, 작업을 마치면 투명 코팅제를 바르고 줄을 단 뒤 조율까지 해 완성된 악기를 바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기타문화관 1층엔 수제기타 제작 과정을 견학할 수 있는 공방이 있고, 통기타 공연 관람과 무대 체험이 가능한 공연장도 있다. 2·3층에 마련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기타통 속에 들어가 하룻밤 보내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야외 파티장에선 가족단위 모임이나 통기타 학습동아리 활동 등이 열린다. 이정복 관장은 “기타를 치면 웃음이 나고 인생이 달라진다”면서 “기타가 어려우면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운 우쿨렐레부터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이천 |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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