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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기자24시] 혁신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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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혁신은 누군가의 이익을 파괴하게 마련이다. 혁신은 기존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제품·서비스 공급자에게는 중대한 위협이다.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빠진다. 기업은 매출이 급감하고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그렇기에 어느 사회든 혁신에는 반드시 지독한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그 저항이 성공해 혁신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반면 어떤 나라에서는 그 저항이 실패한다. 혁신이 성공한다. 기존의 제품·서비스 공급자들이 후퇴한다.

둘 사이에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정치'에 있다. 기존 사업자는 정치를 통해 혁신을 억압하는 규제를 만든다. 국회의원을 설득해 새로운 입법으로 아예 혁신기업을 불법화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혁신기업의 저항 역시 정치를 통한다. 자신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등 정치세력을 통해 기존 규제를 철폐하려고 한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지 못하게 압력을 가한다.

이 같은 전투에서 혁신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승리할 때 비로소 혁신이 본격화한다. 인간의 삶 자체가 바뀐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그런 예다. 프랑스·독일이 아닌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한 이유는 혁신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왕권에 대항해 다양한 정치세력이 연합했다. 이들 정치세력이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다원주의가 발달했다. 혁신을 대변할 정치세력도 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했다. 반면 스페인 같은 나라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혁신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

지금 한국은 어떤가. 기존 사업·시장을 파괴하는 진짜 혁신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허용된 승차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서 유독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나 싶다. 승차공유 혁신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국회에 자리 잡고 있다면 과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공개 비판을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앞으로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기존 사업을 뒤엎는 혁신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쇠락할 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 혁신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다.

[김인수 오피니언부장 ecoki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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