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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아이 하나 키우는 기쁨이 1이라면 셋일 땐 4… 가르치지 않아도 양보하고 기다리는 법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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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삼 남매 키우는 워킹맘 안경화씨, 安씨 세자매 모두가 다둥이 엄마

"초등학교 방과후의 '돌봄 공백'… 이게 해결돼야 저출산 문제 풀릴 것"

최근 아버지가 8인용 식탁을 구입하셨다. 세 딸이 낳은 외손주 여덟 명이 함께 앉아 밥 먹을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언니가 아이가 셋, 나도 아이가 셋, 여동생은 아이가 둘이다. 여동생도 올해 한 명 더 출산할 예정이라 곧 세 아이 엄마가 된다. 그 애들이 다 크면 8인용 식탁도 모자랄지 모르겠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마다 다들 만나면 아이들끼리 어울려 노는 모습에 모두가 미소 짓곤 한다.

사실 아이 셋 키우기가 절대 쉽지는 않다.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친정 엄마'로 변신한다. "아이고, 엄마가 힘들겠다" "어머나, 아이를 셋이나 키우신다고요?" "애국자네! 나라에서 상 줘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누가 내게 '열 살 젊어지게 해줄 테니 아이 셋을 다시 키워볼래?' 한다면 단연코 거부한다. 하지만 '아이 셋을 낳은 걸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도 나의 대답은 분명히 '아니요'다.

◇서로 어울리며 '양보'를 배운다

지난 4월 아홉 살짜리 첫째가 독감으로 앓아누웠다.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와 셋째도 독감에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까지 독감에 걸려 총 12일을 결근해야 했다. '다둥이' 엄마가 이렇게 힘들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가 학교를 일찍 마친 뒤 발생하는 '돌봄 공백'도 결국 내 휴직으로 채워야 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이러한 돌봄 공백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풀어나가는 첫걸음일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같이 놀고, 때론 다투기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배우고 있다.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양보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법, 타인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법 등을 배워나간다. 이런 건 학원에서 배울 수 없지 않을까. 언니는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하면서, 동생은 누나와 함께 만든 놀이 규칙을 지켜나가면서 뭔가를 배운다.

조선일보

이달 초 안경화(39·맨 왼쪽)씨가 부산 태종대에서 남편 조문수씨, 그리고 세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무럭무럭 자라는 삼 남매를 바라보는 것이 안씨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다. /안경화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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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셋이다 보니 이제는 우리 부부가 함께 놀아주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노느라 바쁘다. 학교 놀이, 병원 놀이, 숨바꼭질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놀이터에 있다 보면 아이가 한 명뿐인 엄마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과자·사탕 등 '뇌물'을 주며 "우리 아이랑 함께 놀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우리 부부도 '육아 베테랑'이 되다 보니 다른 집 아이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놀게 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 '노 키즈 존' 기사 보며 씁쓸

3남매를 키우는 게 큰 기쁨이었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를 떠올려본다. 초보 부모로서 모든 것이 막막하고 힘들었다. 그러다 둘째, 셋째를 낳고 힘들었던 부분을 생각해본다. 뭔가 나도 더는 초보 엄마가 아니라 아이를 챙겨주는 것이 처음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노력이 '1'이라면 3남매를 키우는 데 들이는 노력은 '3'보다는 적다. 그런데 아이 하나를 키우는 기쁨이 '1'이라면, 둘일 때는 '2', 셋일 때는 '4'로 기쁨이 두 배씩 커지는 것 같다.

요즘엔 다둥이 부부들에게 많은 혜택이 있다. 지자체나 회사 차원에서 출산장려금도 나오고, 전기요금·수도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도 할인해준다. 최근에 차를 바꿀 때는 취득·등록세도 면제받았다. 승합차에 우리 부부, 아이 셋에 친구나 친척 하나만 더 태우면 버스 전용 차선도 탈 수 있다! 시댁인 부산에 내려갈 때는 정말 엄청난 혜택이다.

최근에 아이를 받지 않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 식당 등이 늘어난다는 기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도 항상 아이들이 떠들거나 장난을 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까봐 조심한다. 누군가의 즐거운 식사가 아이들의 예의 없는 행동으로 방해받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아이들은 나중에 우리나라를 지탱해줄 '미래'다. 아이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나중에 어른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지금 우리 가족은 10월에 태어날 여동생의 셋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만약 언니인 내가 여동생에게 "야, 셋째는 정말 힘들어. 둘만 잘 키우는 게 낫다"고 했다거나, 정말 셋 키우느라 힘든 기색을 비쳤다면 여동생도 셋째 아이를 낳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을까.





[안경화·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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