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지도부와 회동하는 자리에 참석한 지 3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의에 들어간 지 3분 만에 나오더니 "민주당과 협력하지 않겠다"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는 사회간접자본 관련 회의로, 인프라 투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회의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15분 늦게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자 악수도 하지 않은 채 "펠로시 의장이 끔찍한 말을 했다. 나는 당신들보다 더 사회기반시설을 하고 싶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못 한다"고 말한 뒤 그대로 나와버렸다. 곧장 백악관 로즈가든으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의회 차원의 허위 조사를 추진한다면서 분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수사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도 허위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당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행복한 마음으로 회의장에 들어가는 대신 내가 은폐를 했다고 주장한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봤다"며 "나는 슈퍼 대표와 펠로시 의장에게 인프라를 원한다고 말했으나 이런 상황에서는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 이러한 가짜 조사를 끝내라고 말했다"면서 "우리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민주당 없이도 할 수 있다. 나는 은폐를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뒤 트위터에까지 "민주당 지도부가 미국을 찢어놓고 있지만, 나는 계속 미국 국민을 위한 기록을 세워갈 것"이라고 적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러시아스캔들 및 체납의혹 등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놓고 대통령 탄핵론이 거론되고 있다. 또 백악관이 특검 수사 관련 의회 청문회에 비협조적이라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추진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을 대해 민주당은 '심술쟁이 트럼프의 계획된 쇼'라고 비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일이었다. 대통령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방해를 하고, 은폐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것은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자회견장에 '담합은 없다', '방해는 없다'는 표어가 부착된 것을 가리키며 "사전에 면담을 깨려고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행'을 연출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은 의원들에게 "대통령이 심통을 부렸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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