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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인천인권영화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다룬 영화 상영…참전군인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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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천인권영화제 정기상영회 포스터./ 인천인권영화제


인천인권영화제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기억의 전쟁(이길보라 감독)’을 예정대로 상영했다. 영화 내용을 문제 삼으며 상영 중지와 더불어 물리적 저지를 예고한 월남전참전자회측과 상영 앞뒤로 마찰을 빚어 주최측과 경찰이 수차례 제지해야 했다.

인천인권영화제는 지난 22일 저녁 7시 40분쯤 인천 주안동 ‘영화 공간 주안’에서 1968년 베트남 중부에서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학살에 관한 내용과 생존자의 음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의 전쟁’을 상영했다.

월남전참전자회 인천지부 200여명은 영화 상영 3시간 전인 오후 4시 30분부터 극장 앞에서 군복을 입은 채 영화 상영에 대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월남참전유공자 폄하 말라" "50년 전 전쟁에 대한 20대 여성 영화감독의 허구를 사실인 양 광고하는 언론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영화제 측에 따르면 6시쯤 극장 홀에서 주먹으로 바닥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며 상영관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상영이 끝나고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이날 경찰은 100여명이 투입돼 대기했다. 월남전참전자회의 방해로 상영이 늦어지자 정복 경찰이 극장에 들어오려 했지만, 주최측의 반대로 들어가지 못했다. 앞서 주최측은 상영관 내 경찰관 배치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어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주최측은 영화를 상영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과 다른 기억과 다른 역사가 어떻게 현재에도 진행 중인지, 역사적 기억 속에서 성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상영을 두고 "관객은 영화를 해석하는 법을 잘 찾아갈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올해 23회를 맞는 인천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 인권 감수성 확산, 인간을 위한 대안 영상 발굴'을 목표로 하는 영화제로 1996년 처음 개최됐다.

[심영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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