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엠레아프 평양랭면관 냉면 시식기
심심한 서울 냉면집과 판이한 맛
짜장면·자라탕·김밥 등 메뉴 다양
봉사원 노래·연주 실력은 수준급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평양랭면관에서 맛본 물냉면. 식초와 겨자, 다진 양념, 가위를 함께 내준다. 국물 간은 셌고, 면발은 질겼다. 평냥냉면 좀 안다는 이들이라면 크게 실망할 법한 맛이다. 그러나 덥고 습한 캄보디아에서 흠뻑 땀 흘린 뒤 먹으니 나쁘지 않았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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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엠레아프,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인 가이드가 북한식당을 설명한 말이다. 공연은 관심 없었다. 사흘간 앙코르 유적을 취재하며 37도가 넘는 더위에 시달려 시원한 냉면 생각이 간절했을 뿐이었다. 저녁시간, 시엠레아프 시내의 ‘평양랭면관’을 찾아갔다.
캄보디아 시엠립 평양랭면관 입구. 공연무대를 갖췄고 200~300명은 들어가는 대형 식당이다. 주 고객은 한국 단체 여행객이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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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통 소고기 요리나 동태찜이 정말 좋습니다. 아, 혼자 오셨습니까? 그럼 만두를 드셔보시면 좋겠습니다.”
봉사원은 내내 웃는 낯이었다. 사투리는 심하지 않았다. 만두(6달러)와 배추김치(3달러)를 주문했고 메뉴판을 더 뒤적였다. 짜장면, 김밥, 순댓국, 자라탕 등 의외의 음식도 있었다. 메뉴 구경이 재미나서 사진을 찍었더니 “뭘 이런 걸 찍으십니까!” 하며 메뉴판을 채갔다.
냉면이나 순댓국, 만둣국 등은 10달러 이하이지만 자라탕, 삼계탕처럼 매우 비싼 메뉴도 있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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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랭면은 식초를 듬뿍 쳐서 드서야 맛있습니다.”
어라? 젓가락으로 휘져었더니 면발이 떡처럼 뭉쳐져 있었다. 식초를 부어가며 면발을 푼 뒤 호로록 흡입했다. 면발이 질겅거렸다. 메밀보단 전분 함량이 높은 듯했다. 국물 간은 센 편이었다. 달고 짰다. 동치미 맛도 났다. 서울 ‘우래옥’ 냉면을 1, 동네 분식점 냉면을 10이라고 하면 5~6 정도 되는 맛이었다.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덥고 습한 캄보디아 날씨에는 이런 맛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평양 옥류관의 물냉면. 시엠레아프 식당의 냉면과 흡사하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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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팅이 독특한 만두와 배추김치. 만두소에는 김치가 많이 들어 있어 무척 매웠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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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에서 음식을 나른 봉사원들은 출중한 가창력과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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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러시아는 물론 오랜 수교 국가인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는 북한 정권이 운영하는 식당이 많다. 2016년 외교부는 북한의 외화벌이를 견제할 목적으로 여행객에게 이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기는 여전하다. “가격 대비 음식 맛이 없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도 북한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엔 충분하다”는 어떤 가이드북의 설명이 꽤나 적절한 것 같다.
시엠레아프(캄보디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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