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지난 4년 쓰라린 시간이었다"… 신경숙, 표절 이후 신작 발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실수… 실망에 대한 빚 갚겠다" 밝혀

아픈 친구 찾아 떠나는 이야기… 허수경 시인 추모作으로 보여

조선일보

/이덕훈 기자


표절 논란 이후 활동을 접었던 소설가 신경숙〈사진〉이 4년 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23일 발간된 계간지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는 그의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가 실렸다. 2015년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신경숙은 일주일 만에 잘못을 인정했다.

신경숙은 출판사 창비를 통해 "지난 4년은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서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사과했다. 또한 그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이라며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작품 활동 재개를 알렸다.

중편 '배에 실린…'은 독일에 사는 친구에게서 작별 인사가 담긴 메일을 받은 '나'의 이야기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결혼 후 정착한 친구는 위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알려 오고 '나'는 친구를 만나러 떠난다. 신경숙의 오랜 친구이자 독일에서 암 투병 끝에 지난해 10월 별세한 허수경 시인을 추모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작품 끝에 신경숙은 "젊은 날 내게서 멀리 떠난 친구가 더 멀리 떠났다"면서 "친구를 기억하며 완성시킨 작품 안에 교신한 이메일, 함께 나눈 대화들이 일부 변형되어 들어왔다"고 메모를 덧붙였다.

표절 논란 이후 4년간의 심경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도 보인다. 작중 화자인 '나'는 힘든 시간 타인이 내민 손길을 뿌리쳤던 순간을 떠올리며 "딛고 있던 나의 모든 바탕이 비난 속에 균열이 지고 흔들리는 것을 목도"했고 "달의 주기처럼 차오르는 꺼져버리고 싶은 욕망을 제어"해야 했다고 말한다.





[백수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