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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통일을 잡아 먹는 ‘통일 잡(雜)수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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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자 필명 ‘안티구라다’, ‘십(10)쇄’ 웃픈 사연도 화제

세계일보

통일을 잡아먹는 책 ‘통일 잡(雜)수다’(경진출판)가 나왔다.

‘통일에 대한 잡다한 수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 놓았다. 한마디로 북한 통일 관련 잡설(雜說) 모음집이다.

이를 테면, “북한에는 공산당이 있을까 없을까”를 묻는다. 정답은 “없다”다. 사실, 북에는 조선로동당이 있지 공산당은 없다.

북한의 국가(國歌)가 ‘애국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와는 가사가 다르다. 이처럼 우리는 북한에 대해 사실상 문맹 수준이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책은 여느 통일 책과 달리 통일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날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면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통일이 우리의 일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펼쳐들면 의외로 통일을 주제로 한 책도 매력이 있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도 체감한다. 중간중간 무릎을 치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빙그레 미소도 짓게 한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통일교육 현장을 훑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통일교육의 ‘현타(현실자각 타임이라는 신조어)’를 인식하게 한다. 특히 통일이라는 무거움을 가볍게 내려놨다. 마치 후루룩 컵라면을 먹듯이 금방 읽을 수 있는 것이 책의 강점이다.

저자 ‘안티구라다’와 ‘십(10)쇄’의 고백은 참으로 웃프다. “안티구라다, 너 구라치지마”에서 우스꽝스렁운 필명을 따왔다는 저자 ‘안티구라다’는 대학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고 모 연구소 남북교류협력팀에 근무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사무국에도 근무했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자신이 공들여 출판한 책이 초쇄도 다 팔리지 않아 “십(10)쇄야 너 지금 뭐하니”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필명을 정했다는 저자 ‘십(10)쇄’는 주로 북한의 언어 문화 예술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저술 활동을 해온 북한학 학자이다.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통일부 자문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대학에서 북한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북한을 연구하면서 세상과 동떨어져 있었고, 국민학교 세대로 통일교육을 사명처럼 생각하고, 순교하듯이 통일교육을 했다’, ‘어느 순간인가 스물스물 통일교육이 인기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상 사람들이 통일에 관심이 없더라도 논문을 쓰고, 책을 내고, 강의하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문구는 그저 짠하게 느껴진다.

저자들은 통일교육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라 믿었고, 숙명처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팔리지 않은 책과 졸고 있는 청중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 봤고, 부끄러웠다고 한다. 그 반성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위원으로 오랫동안 통일교육과 북한 연구를 해온 필자들은 현재 통일교육이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통일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뿐’이라는 이 책의 문구는 가슴 깊이 와닿는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작금의 시대에서 통일교육은 과거의 틀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책은 통일교육의 문제가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안티구라다와 십(10)쇄는 통일교육이 수요자 눈높이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천천히 고쳐야 한다고 말을 한다.

‘쿨러래시에눌가능’ 님의 한줄평이 와 닿는다. “통일이란 노잼을 핵꿀잼으로 승화시킨 매력적인 책’. 책은 크기가 46판(128×188)으로 한 손으로 들고 읽기 편하게 잘 편집 돼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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