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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무역전쟁 유탄 맞은 중국인 미국 유학생…"비자 발급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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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수 이례적 감소…패권경쟁 핵심 '과학기술 연구자' 영향 커

졸업 후에도 미국 내 취업에 필요한 비자 안 내줘 할 수 없이 귀국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관세폭탄' (PG)
[정연주, 최자윤 제작] 일러스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비자 발급과 취업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학생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수는 36만9천364명으로 일 년 전보다 2% 감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미 중국인 유학생 수가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인 유학생은 미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110만여 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 경제에 매년 130억 달러 규모의 기여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국제교육연구소 조사 결과 중국인 유학생이 감소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비자 발급의 지연이나 거부가 꼽혔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앨버트 피는 올해 춘제(春節·중국의 설) 때 중국으로 잠시 돌아갔다가 미국 비자를 다시 신청했으나, 발급까지 무려 85일을 기다려야 했다.

미국 대사관 측은 자세한 설명 없이 '행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는 통상 중국인 학생이 미국 유학에 필요한 비자를 발급받는 데 걸리는 기간이 3∼6주 정도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그 기간은 8∼10주로 늘어났다.

지난 3월에는 코넬대학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정책에 반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청원에 동조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자 발급 지연이나 거부는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인 과학기술 분야의 박사 과정 연구생에서 특히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서 지원하는 산업과 겹치는 분야들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꺾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졸업 후 미국 내 취업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의 전문 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할 때 필요한 H-1B 비자 발급을 이전보다 훨씬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 또한 중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H-1B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비율은 25%에 달해 오바마 전 행정부 때의 6%보다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H-1B 비자 신청자에게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비율도 21%에서 60%로 뛰어올랐다. 추가 정보를 요청받은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될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분야 기업에서 일하다가 H-1B 비자 발급이 거부당해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돌아온 겅원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 드렉셀대학의 입학 담당 부책임자인 랜들 다이크는 "중국인 학생들은 이제 미국 대신 다른 나라로 향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무역전쟁과 미·중 관계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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