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80만명 거느린 인스타 ‘스타’…
60대 여행가 ‘BONPON 부부’의 첫 한국 나들이
‘첫 한국 나들이에요.’ 인스타에서 80만 팔로워를 가진 여행분야 인기스타 일본의 BONPON 부부가 첫 한국여행을 다녀갔다. 수수하면서도 밝고 유쾌한 커플사진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들은 부자는 아니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여행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고, 그 가치를 주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매력을 지녔다. 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사모관대를 입어보기도 하고, 옷감을 살펴보는 모습. 부부는 부여 등 유적지를 돌아보기도 하고, 뮤지컬 연극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돌아갔다. [정희조 기자/chec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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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진으로 찍어두고 싶다.’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는 노부부를 처음 보는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인자한 웃음을 머금은 은발의 아담한 체구를 한 남편 ‘BON’과 흔히 ‘바가지머리’라고 하는 단발머리를 하고 환한 소녀웃음을 띈 아내 ‘PON’. 약속한 듯(?) 시원한 청색계열 커플룩을 입은 부부의 모습은 연예인은 아닌지 몰라도 ‘촬영욕구’를 꿈틀거리게 만드는 화보형 스타일이었다.
이들이 최근 그들의 나라인 일본은 물론, 한국과 다른 외국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스타 유명인사 ‘BONPON’ 부부다.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에 사는 63세의 남편과 한살 아래인 아내는, 남편의 은퇴 이후 여행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뜻하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하루 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당일 코스 외에는 변변한 여행을 가지 못하다가, 남편의 은퇴이후 함께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일본 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범했을지도 모를 이들 부부의 여행은 뜻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냈다.
비슷한 디자인이나 컬러로 의상을 맞추고 증명사진처럼 뻣뻣(?)하게 서서 찍은여행지 인증샷을 재미있게 여긴 딸이 자신의 인스타에 몇번 게재를 했는데,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좋아요’ 세례를 받은 것이다. 이에 딸은 ‘아빠, 엄마의 계정을 만들어보시라’고 권유했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BONPON511’이다.
부부는 미술계 전문학교에 19세와 18세에 처음 만났는데 당시 Bon은 ‘본짱’ Pon은 ‘폰스케’라고 불렸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착안해 bon과 pon으로 계정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511은 부부의 결혼기념일.
이제 이들은 여행을 할 때마다 사진을 게재하면 5~6만명이 좋아요를 클릭하고 수백개의 댓글이 달린다. 팔로워는 79만8000명으로 8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여행사진을 보며 용기를 내 여행을 다니게 된 일본내 50~60대 장년층도 많았으며 이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다고 부부는 전했다.
뜻밖의 유명인사가 되면서 일본내 언론에서도 섭외열기가 뜨겁다.
이때문에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만 부부는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둘만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첫째는 ‘본명을 공개하지 않는다’이고, 둘째는 ‘동영상취재는 하지 않는다’ 이다. 이유를 묻자 부부는 “부끄러워서 그렇다”고 한다.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인스타계정과 사진일 뿐“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부부의 실제 모습과 이름이 공개된다면 사람들이 흥미를 잃지 않을까 하는 것에도 생각이 미친 듯하다.
이들의 인스타 게시물에는 일본인 외에도 한국인 팔로워도 많고 서구사람들도 댓글을 제법 남긴다. 외국어 댓글은 읽어보느냐는 말에 아내 PON씨는 “한글도 많이 있고, 영어, 스페인어같은 것도 있지만 내용은 모르겠다(웃음)”며 “짬이 날때 이모티콘을 보고 내용을 짐작해 좋아요를 콕콕콕 누른다”고 한다.
어떤 팔로워는 자신의 고장으로 여행을 오라고 초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PON씨는 ”간 적은 없다. 혹시 그 지역에서 볼만한 축제나 이벤트가 있다면 가보겠지만…“이라며 굳이 신세를 지거나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은 박물관, 미술관 또는 영화관이다. 계절별로 꽃이 피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게시물도 대부분그런 곳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둘다 체력이 강한 편이 아니라 산행이나 장시간의 트래킹은 하지 않는다고. 또 쇼핑에도 관심이 거의 없다.
이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함께 방문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고교생들이 수학여행을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환율차이때문에 비용도 적게들어 젊은이들도 쉽게 찾는 이웃나라라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다.
BON씨는 “95년 사원 포상여행으로 한번 왔지만, 아내는 온 적이 없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는데, 이번에 여러 곳을 둘러보고 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의 초청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다. 이들의 인스타를 접하고 한국에 관광을 오지 않겠느냐고 권했고 이들 부부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이들은 지난 15일 입국해 21일까지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며 서울 부여 인천 등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해프닝도 있었다. 해외여행 경험이 별로 없었던 이들 부부는 배낭을 공항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시 차를 돌려 공항에서 배낭을 찾아 와야했다.
이들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후 이번 한국여행처럼 장기간에 다양한 곳을 들르는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BON씨는 “이번에 많은 걸 보고 가니 다른 사람들에게 볼 만한 관광지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일본인으로는 드물게 천주교 신자인 이들 부부는 명동성당을 여행지에 넣어달라고 했다고. 훗날 기회가 되면 유럽의 천주교 관련 성지나 성당 등을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
언제가 된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이 들어가는 부부가 작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함께 떠날 곳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설레며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생은 지루할 리 없다. 큰 돈이 있는 것도, 화려한 세계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가진 조건안에서, 여건에 맞는 여행을 떠나고 유쾌한 사진을 SNS에 올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미소를 만들어주는 부부. BONPON 커플에게서 ‘삶의 멋’을 하나 배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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