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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뱅크시, 베네치아 거리서 ‘그림 노점상’ 퍼포먼스…“비엔날레 초청 못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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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가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행사장 밖에서 예술계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홀연히 사라졌다.

23일(현지 시각)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베네치아 광장에 자신의 그림을 늘어놓고 판매하다가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 경찰에게 쫓겨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광장 한 가운데에 설치한 자신의 그림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후 경찰이 찾아와 경고를 주는 모습도 담겼다.

뱅크시는 이 영상을 공개하며 "베니스(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그림 노점상을 차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명망있는 예술 이벤트에 어떤 까닭인지 나는 초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영국의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행사장 밖에서 예술계의 권위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사라졌다. 사진은 뱅크시가 베네치아 광장에서 판매한 그림.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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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는 자신이 제도권에서 인정하지 않는 예술을 한다는 이유로 비엔날레에 초청받지 못한 사실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그는 비엔날레가 열리는 공식 행사장 대신 베네치아 광장에 본인의 작품을 진열하고 이마저도 경찰에 의해 쫓겨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제도권 예술을 비판하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뱅크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고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 알려져있다. 그는 자신이 거리에 그린 그라피티(낙서)의 소유권을 가지고 건물주들이 싸우는 모습에 환멸을 느껴 뉴욕 거리에서 자신의 그림을 헐값에 판매하는 행위예술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사전에 액자에 장치를 설치해 경매장에서 자신의 그림이 고가에 낙찰되는 순간 작품이 파쇄기에 갈리도록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CNN은 뱅크시가 이번에 베네치아 광장에서 판매한 그림에도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시는 최근 베네치아가 겪고 있는 ‘과도한 관광산업’을 주제로 그렸다. 뱅크시가 여러 액자에 나눠 그린 그림들에는 베네치아의 상징인 곤돌라 옆으로 거대한 크루즈가 지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최근 베네치아에서는 과도한 관광산업으로 인해 도시 훼손이 심각해지자 크루즈 운행을 중단하자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행사장 밖에서 예술계의 배타적인 모습을 규탄하는 퍼포먼스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6년 일본의 야요이 쿠사마는 동양인 여자라는 이유로 비엔날레에 초청받지 못하자 황금 기모노를 입고 행사장 밖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며 자신의 작품을 팔다 주최 측의 제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런 저항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끝에 베니스 비엔날레는 1993년 일본 대표 아티스트로 아요이를 초청했다.


[오홍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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