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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대학생 셰어하우스`로 변신하는 일본의 빈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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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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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시즌2-6] 초고령사회 일본에는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잇달아 출현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늘어가는 '빈집 문제'도 그 중 하나인데요. 빈집의 증가는 치안 악화와 위생 문제, 붕괴 위험 등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는 것이어서 일본 정부는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빈집은 846만 호(2018년 조사). 5년 전에 비해 26만 호가 늘었고 2030년에는 4곳 중 한 곳이 빈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옵니다.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들은 급증하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세제 혜택이나 공사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많은 지방자치체가 빈집 대책과 관련해 민간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는데, 최근 한 지방도시에서 빈집을 수리해 지역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사업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남동부의 이바라키 현 히타치(日立) 시.

이 곳 니시나루사와초(西成?町)라는 구릉지의 한 빈집이 최근(올해 4월)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습니다.

새 주인은 인근 이바라키 대학에 다니는 4명의 대학생입니다. 새 주인을 맞이한 빈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 채로 3년 이상 방치되었던 45년 된 2층 목조건물로 이번에 리모델링해 활기를 찾았습니다.

히타치 시가 이바라키 대학과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빈집 주인 찾아주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성과물입니다.

프로젝트는 대학이 적절한 빈집물건 물색과 집수리를 맡고, 시는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흥미로운 건 빈집 리모델링에 이바라키 대학의 전공 학과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이바라키 대학 도시시스템공학과 학생 17명이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지역 리모델링 업체의 지도를 받아가면서 직접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상하수도 등 전문성이 높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업이 학생들의 손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1층의 방 3개와 2층의 방 4개를 4개의 원룸으로 개보수했고, 1층에는 지역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도 마련했습니다.

히타치 시의 빈집 프로젝트의 콘셉트가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셰어하우스'인데, 이번 빈집에 대학생 4명이 함께 살고, 1층의 교류의 장이 설치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시는 이번 빈집 사업을 지역교류시설 모델사업으로 선정해 200만엔의 보조금을 지원했습니다.

4명의 대학생 주인 중에는 직접 주택 개보수에 참여했던 학생도 한 명 포함됐습니다. 임대료는 5년 계약으로 월 3만2000엔(약 35만 원). 4명이 분담하므로 1인당 5000~9000엔 정도로 저렴합니다. 집 주인도 임대료를 받아 세금(고정자산세)이나 추후 건물 해체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어 리모델링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합니다.

히타치 시는 이번 빈집 프로젝트가 '대학생들의 참여로 리모델링 비용을 절감하고, 학생들은 저렴한 임차료로 생활할 수 있고, 빈집도 줄어드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냈다고 강조합니다. 입주 학생들도 "1층 커뮤니티 카페에서 열리는 식사 모임이나 이벤트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합니다.

히타치 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빈집 대책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마을의 커뮤니티카페로 활용되는 곳이 많고, 관광지가 있는 곳에서는 빈집을 숙박시설로 활용하거나 연회비가 저렴한 별장으로 새 단장하는 곳도 있습니다. 또 도심의 빈집을 공동사무실로 운영하는 곳도 있는데,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올 3월 도심의 빈집을 법인사무실로 전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일본에는 또 '빈집뱅크'라는 빈집 중개 서비스가 있는데, 빈집 소유자가 물건 정보를 등록하면 이용 희망자가 열람해 활용할 물건을 찾습니다. 지자체들은 빈집 뱅크를 이용한 리모델링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김웅철 매경비즈 교육센터장/'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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