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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타란티노 vs 봉준호…칸 `황금종려상` 누가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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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봉준호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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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폐막(현지시간 25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축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2회를 맞이한 이번 영화제는 경쟁작 21편 중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역대 수상자의 것만 5편에 이르러 애초에 피 튀기는 접전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축제가 후반부에 들어서도록 이렇다 할 화제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 21일 연달아 상영된 쿠엔틴 타란티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봉준호 '기생충'에 시선이 쏠렸고, 두 감독은 기대 이상의 작품을 내놨다는 평가다. 현지 매체 호응을 두루 받은 작품을 기준으로 시상식 판도를 분석해봤다.

미국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 두 세계 최고 미남 배우의 캐스팅으로 일찍이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분탕질로 쾌감을 주는 이 감독의 여타 작품과 다르게 옛 할리우드에 대한 추억과 인생의 회한을 담아 타란티노 작품 세계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줬다. 현지에서 가장 빈번히 인용되는 '스크린 데일리' 평점(4점 만점)을 기준으로 3.0점을 받았으며, 영국 가디언에선 5점 만점을 얻었다. 타란티노 감독은 1994년 '펄프픽션'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바 있다. 영화제 측에서는 본인들이 발굴한 스타 감독에게 25년 만에 상을 다시 준다는 상징성을 획득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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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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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감독 작품 상영 직후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단번에 이번 영화제 최고 화제작으로 올라섰다. 코미디·스릴러·공포물을 오가며 관객을 드리블하는 이 작품이 상영되는 131분간 영화관에는 폭소와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의 특수한 공간인 반지하를 중심으로 빈부 격차 문제를 다뤘는데도 세계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라고 극찬했으며, 스크린 데일리에서는 현재까지 평점을 부여한 경쟁작 중 최고 점수인 3.4점을 줬다.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드 글로리'도 호평받고 있다. 전혀 새롭지 않은 주제를 누구보다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데 강점을 지닌 이 감독은 이번엔 자전적 이야기를 들고 왔다. 점점 나약해지는 육신에 고통받는 한 영화감독이 모친과의 추억, 어린 시절의 욕망, 못 이룬 사랑을 돌아보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한다. 스크린 데일리가 부여한 평점은 3.3점으로 '기생충' 바로 다음이다. 이 밖에도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크', 칸 경쟁부문 최초 흑인 여성 감독으로 주목받은 프랑스 출신 마티 디오프의 '아틀랑티크', 중국 댜오이난 감독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 등도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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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의 수상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걸까. 칸 영화제 주최측은 상을 수여하는 데 대륙별·소재별 안배에도 신경을 쓰기에 수상에 유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봉 감독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출신인 데다 소재상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겹친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워낙 쟁쟁한 거장 감독이 많은 데다 칸에서 중복 수상을 하는 사례가 없지 않기에 이번에도 기존 수상자가 다시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시아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한 번 더 주기는 쉽지 않기에 '기생충'이 수상한다면 연기상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기생충'에 대한 현지 호응이 기대 이상 수준이라 '안배'라는 측면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경쟁부문 상영 초기 순서에 짐 자무시, 장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를 배치한 건 유력한 수상 후보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이들이 기대에 못 미쳐 봉 감독이 수상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영화에 2년 연속 시상하기는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칸 영화제는 불문율을 깨는 걸로 유명한 시상식"이라며 "봉 감독은 이른바 메이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적이 없어서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걸 좋아하는 칸 영화제 선호에도 맞는다"고 대답했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수상 결과는 26일 오전 2시(한국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시작되는 '마지막 상영'에서 발표된다.

[칸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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