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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리뷰] 서울시무용단 놋(N.O.T.)..."놋 옛(Not y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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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휴대폰에만 몰두하는 가족, 전쟁터와 같은 출근길 표정, 직장 상사에게 농락당하는 여직원 등등.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이 시대는 세대, 성, 노사, 이념, 가족간 갈등으로 가득하다.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 취임 이후 첫 대형 창작무용극인 '놋(N.O.T.)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7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10살 소녀가 되어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빠를 찾아 헤매는 여정을 그렸다. 가정과 직장 등에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극적으로 그리면서 소통의 해법을 모색한 작품이다.

무용극 제목인 ‘놋(N.O.T.)’은 ‘거기 아무도 없어요(No One There)?’의 약자인 동시에 제주도 방언으로 얼굴을 뜻한다. 40여 명의 무용수들은 불통의 사회 속에서 누군가 부르짖는 외침과 거친 호흡을 온몸으로 전하면서 얼굴과 얼굴을 대하는 것이 소통의 첫 걸음이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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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지난 2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남과 북의 지도자가 군사 분계선을 넘어서는 장면이 영감을 줬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마음을 주고 받지 못하는 사회현상들을 무너뜨리고,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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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취임한 정혜진 단장은 첫 작품에서 일단 커트 라인을 넘겼다. 한국 춤과 현대 무용의 콜라보 작업은 독창적인 실험이라 할 수 없지만 서울시무용단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현대적 춤사위와 질감 있는 영상, 시작과 끝을 표현한 반복적 음악을 융합해 새로운 변신을 모색한 점은 주목된다. 특히, 삼고무, 오고무를 몸짓으로 대신한 박진감 넘치는 군무와 승무의 장삼 등을 현대적 감각의 오브제로 구현한 점, 우리 사회 소통의 문제를 나름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 내려 애쓴 점은 인상적이다.

이번 콜라보 실험에는 '집단 지성'의 힘이 컸다. 연극 '킬미나우', 뮤지컬 '레드북' 등에서 출중한 연출 기량을 선보인 오경택 중앙대 교수와 무대 예술의 거장 박동우 홍익대 교수가 가세했다. 아크람칸무용단 출신인 현대무용가 김성훈이 조안무로, 작곡가 김철환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정 단장에 힘을 보태면서 3천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첫 작품을 무사히 안착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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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근길은 전쟁터'(2장), '당신의 낯은 나의 얼굴(12장)' 등에서 보여준 역동적 군무와 달리 탁월한 솔로의 춤사위가 눈에 띄지 않은 점, 소통의 주제를 밀도있게 파고들지 못한 한계, 후반부 지루한 스토리 전개 등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이 점에서 새로운 사령탑 정혜진 단장이 이끄는 서울시무용단은 '놋 옛(Not yet)'이다.

이교준 기자 (kyojoon@ytn.co.kr)

■ 공연 정보

창작무용극 <놋>

서울시무용단

5월 23일~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예술감독 및 안무 정혜진

극작 김성란 연출 오경택

각색 송현정 작곡 김철환

조안무 김성훈 의상 이호준, Padula Marika

무대 박동우 영상 정재진

조명 신호 분장 김종한 소품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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