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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佛 정보국 르몽드 발행인도 소환…"언론 겁박" 비판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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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보국, '베날라 게이트' 특종 터트린 베테랑기자·발행인 동시소환

언론단체 "기자들 겁박하고 취재원 밝혀내 처벌하려는 것" 반발

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 파리 본사 전경.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수행비서 스캔들을 처음 보도한 유력지 르 몽드의 베테랑 기자에 이어 발행인까지 프랑스 정보기관으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프랑스에는 언론의 취재·보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르 몽드의 루이 드레퓌스 발행인은 오는 29일 국내정보국(DGSI) 본부로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

드레퓌스 발행인은 작년 프랑스 정국을 뒤흔든 대형 스캔들인 이른바 '베날라 게이트'를 작년 6월 처음 보도한 르 몽드의 아리안 슈맹 기자와 함께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DGSI는 국내 방첩·보안·대테러 정보기관으로 수사권도 보유하고 있다.

'베날라 게이트'는 엘리제궁 행정관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수행비서였던 알렉상드르 베날라가 작년 5월 노동절 시위에서 경찰 완장과 진압 헬멧을 착용하고서 젊은 남녀에게 폭력을 행사해 스캔들로 비화한 사건이다.

엘리제궁 행정관 신분인 베날라가 경찰과 경호실의 지휘체계를 모두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한 사실을 엘리제궁이 인지하고도 쉬쉬하는데 급급했던 정황이 슈맹 기자의 보도로 속속 드러났다.

대선 캠프 사설경호원 출신인 베날라가 자신이 마크롱의 측근임을 내세워 직권남용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스캔들은 의회의 국정조사와 상원 청문회로 이어졌고, 마크롱을 집권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

슈맹 기자와 드레퓌스 발행인은 르 몽드의 여러 보도 중에서도 총리실 경호팀장과, 러시아 사업가의 근접경호를 맡았던 프랑스 공군 출신 인사(총리 경호팀장의 동거인), 베날라 간의 친분을 파헤친 보도로 DGSI의 소환장을 받았다.

DGSI는 르 몽드가 취재·보도과정에서 '특수요원'의 신분을 노출한 것으로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2017년 3월 프랑스 대선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 수염 난 인물은 알렉상드르 베날라로, 그는 마크롱의 대선캠프 경호원에서 마크롱의 대선 당선 뒤 엘리제궁에 행정관으로 들어가 보좌관 스캔들인 '베날라 게이트'로 파면됐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으로 평가되는 르 몽드의 베테랑 기자와 발행인까지 정보기관의 소환장을 받자 프랑스 언론계는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대표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당국이 기자들을 겁박하고 취재원을 밝혀내 처벌하거나 무력화시키려 한다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영 프랑스2 방송, AFP통신, 일간지 르 피가로,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 등에서 일하는 37명의 선임기자급 언론인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정보기관의 언론인 소환을 비판한 바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정보기관이 특종 기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언론 탄압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DGSI는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된 프랑스산 무기가 예멘 내전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내용을 유출된 군사기밀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탐사보도 매체 '디스클로즈'의 기자 4명을 이달 초 소환 조사한 바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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