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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책과 삶]과학을 철학으로 끊임없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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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지음·김상훈 옮김

엘리 | 520쪽 | 1만6500원

경향신문

좋은 이야기는 좋은 질문을 품는다. 그 이야기가 미지의 영역,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건드리면 질문은 좀 더 흥미로워지곤 한다. 과학소설(SF)의 거장으로 불리는 테드 창은 그런 면에서 인간의 삶을 둘러싼 ‘오래된 질문’들을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던지는 작가 중 하나다.

책은 테드 창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 후 17년 만에 낸 두 번째 작품집이다. 표제작 ‘숨’을 비롯해 2005년부터 올해까지 쓴 9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옴팔로스’와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등 두 편은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과학기술을 인간적 서사로 풀어내는, 혹은 인간 삶을 과학적 상상력의 세계에서 풀어내는 저자의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지된다.

평행우주, 디지털 기억, 시간여행 등 낯설지만 ‘있음직한’ 기술의 세계를 촘촘히 그리면서 자유의지와 운명, 시간과 기억 등 철학적 질문들을 탐색해 나간다.

가령 이런 질문들이다. 20년 뒤의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는 ‘세월의 문’이 있다면(‘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우리의 현재는 달라질까?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나와 대화할 수 있다면, 그를 통해 다른 선택을 한 결과를 알 수 있다면(‘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선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 ‘자유의지’가 허상임이 명백해지면(‘우리가 해야 할 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책은 낯설고 매혹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지난 7일 미국에서 출간된 데 이어 발빠르게 국내에도 번역됐다. 저자는 미국 명문 브라운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과학도 출신이다. SF 최고 권위의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을 각각 네 차례씩 받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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