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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그림 책]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북돋운 사람들이 다시 싹틔워 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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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장미정원

마야 무어 지음·김욱균 옮김

궁리 | 136쪽 | 2만원

경향신문

열일곱 살에 장미와 사랑에 빠진 청년 오카다 가츠히데. 그가 24살이 되던 해인 1968년 4월 후타바 장미원이 문을 열었다. 이후 50여 년 동안 가츠히데는 750여 종의 장미를 가꾸며 연 5만 명의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후타바 장미원의 운명을 바꿔놨다. 일본 북부지역은 폐허가 됐고, 가츠히데가 평생 일군 정원은 출입금지구역으로 선포됐다.

졸지에 정원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삶의 터전을 떠난 가츠히데에게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친애하는 오카다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오랜 세월 그의 장미원을 방문했던 사진작가 기네푸치 히데미가 보낸 것이었다. 히데미의 편지는 “장미정원에서 재회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끝을 맺었다.

가츠히데의 정원은 히데미를 포함한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다시 부활한다. 2013년 12월까지 도쿄, 후쿠시마, 센다이, 이바라키, 니가타, 그리고 지푸에서 그의 정원과 그 안에 핀 장미에 대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절망 속에서도 장미를 매개로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운 사람들이 만든 결과였다.

경향신문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 일본 후타바 장미원의 모습(왼쪽)과 발생 1년 뒤 모습(오른쪽). 궁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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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에는 원서에 없는 내용이 다수 추가됐다. 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욱균 한국장미회 회장이 ‘장미에 대한 짧은 문화사’를 집필해 추가했으며, 사진 속 장미의 품종을 정리한 분류표도 새롭게 만들었다. 장미들의 이름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장미문화연구소 마에바라 카츠히코 이사장과 일본 지바현립 자연사박물관의 유키 미카나기 박사까지 합세해 장미의 이름을 찾는 결사대가 꾸려졌다.

젊은 시절 장미에 매료돼 평생을 바쳐 일본 최고의 장미원을 이루어내었지만 대지진으로 졸지에 정원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정원사, 오랜 세월 때맞춰 피어나는 장미의 신비로운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 온 장미사진 동호인들, 잃어버린 장미정원 속에 담긴 의미와 문화를 찾으려 애쓰는 장미 애호가들. 이들의 끈기와 열정이 뭉쳐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비극적 사건들 속에서 인간의 희망과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를 싹 틔웠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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