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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화제의 책]‘잡스의 애플’과 ‘쿡의 애플’ 무엇이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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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린더 카니 지음·안진환 옮김

산북스 | 480쪽 | 2만5000원

경향신문

2011년 10월5일 애플의 ‘창조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팀 쿡이 차기 CEO에 오른 지 6주 만의 일이었다. 잡스가 떠난 이상 애플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다. 월트 디즈니 사후 30년간의 디즈니, 빌 게이츠가 떠난 마이크로소프트 등 핵심적 리더가 사라진 후 휘청거린 여러 회사들의 사례가 거론됐다. 게다가 그 후계자가 ‘따분한 살림꾼’, 팀 쿡이라니? 혁신보다는 보수와 관리에 더 어울릴 법한 이 ‘샌님’은 결코 세기의 ‘천재’ 잡스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쿡은 세간의 우려를 보란 듯이 ‘엎어치기’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7년이 지난 2018년,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200조원)를 돌파한 기업이 됐다. 주가는 2011년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현금보유액도 막대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안전 경영’의 결과가 아니었다. 안드로이드와의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애플워치, 에어팟 등 ‘유일무이한 제품’들로 혁신을 거듭한 결과였다.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쿡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인생을 다룬 첫 평전이 나왔다. IT 매체 ‘컬트 오브 맥’의 편집장으로 20년간 애플을 취재해온 저널리스트 린더 카니가 썼다. 쿡을 비롯해 조너선 아이브, 그레그 조스위악 등 애플의 주요 임원들 인터뷰뿐만 아니라 쿡의 가치관을 형성한 공간과 사건을 증언하는 다양한 취재원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다.

청소년기 ‘히피문화’에 심취했던 잡스와 달리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쿡의 인생은 애플과 함께 모험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IBM에서 12년간 일하며 재고, 원가, 공급망 관리의 천재로 성장한 그는 1998년 3월 매출이 곤두박질치던 애플에 별안간 합류했다. 고작 입사 7개월 만에 재고를 30일치에서 6일치로 줄이더니, 세계 최초로 아웃소싱 공급을 본격화하며 애플을 ‘흑자전환’시키는 데 성공한다. 엉망진창의 애플을 매끈하게 되살려낸 이력에서부터 쿡이 잡스가 지목한 차기 CEO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읽어낼 수 있다.

저자는 애플의 성장을 이끈 쿡의 뛰어난 경영 능력과 함께 사내 문화를 뒤바꿔놓은 그의 진보적인 가치관에 주목한다. 잡스와 달리 쿡은 애플을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는 기업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재생에너지 등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흑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쿡이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성소수자로 살아오면서 정립한 가치관 때문이다. 그가 목도한 수없이 많은 ‘차별의 현장’에 대한 기억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인권과 환경, 다양성과 프라이버시를 수호하는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는 믿음으로 나아갔다. 쿡의 애플이 잡스의 애플과 달리 냉혹하지도, 살벌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이유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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