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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젊은 장교와 사랑에 빠진 여인… 자유와 행복은 어떤 의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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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saturday's pick]

조선일보

뮤지컬 |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줄거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남부러울 것 없는 귀족 부인이 젊은 장교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체면 때문에 이혼해 주지 않는 남편과 자식의 무게에 짓눌리고, 결국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언뜻 자극적이지만 남는 것 없어 보이는 내용의 책이 왜 현대 작가들이 꼽는 최고의 걸작으로 남았을까. 1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가 처연하게 부르는 곡 '자유와 행복'의 가사가 그 힌트 중 하나다. "문을 열고 날아갈래. 저 푸른 하늘 향해, 자유와 행복 향해, 내 모든 삶과 사랑 향해." 비극적인 여인의 이야기는 마치 거울처럼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자유와 행복이란 어떤 의미인지 들여다보게 한다.

뮤지컬로 부활한 '안나 카레니나'의 무대는 푸른 조명 속 눈이 내리는 기차역에서 시작한다. 안나가 젊고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와 처음 만나는 장소이자, 기차에 몸을 던지는 삶의 마지막 장소이기도 하다. 러시아 제작진이 연출, 음악, 무대 등 제작 전반을 맡아 러시아의 겨울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지난해 국내 초연에서도 9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했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150분 안에 녹이다 보니 전개가 다소 거친 것이 흠. 안나가 왜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는지, 왜 남편 카레닌은 그토록 안나를 놓지 못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 다만 후반으로 가며 욕망에 들떴던 안나가 비극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대비되며 주제가 묵직하게 전달된다. 김소현과 번갈아 안나를 맡은 배우 윤공주는 폭넓은 연기와 노래로 마치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안나를 재현해낸다. 두꺼운 원작 소설을 펼치기가 두렵다면 '맛보기'로 안나를 만나기에 좋을 작품이다. 7월 14일까지.

영화 | 어린 의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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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의도는 선하다. 22일 개봉한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은 2013년 있었던 '칠곡 아동 학대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변호사 정엽(이동휘)이 '친동생을 죽였다'는 소녀의 자백이 진실한지 파헤친다. 영화는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아동 복지 관리 체계를 고발한다. 계모에게 학대당하는 남매의 상황을 알고서도 묵인하는 이웃, 담임 선생님, 경찰의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메시지에 치중하느라 아이에게 가하는 폭력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보여준 점은 아쉽다. 큰 고민 없이 폭력을 그린 안일함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투박하더라도 경각심을 주고자 직설법을 택한 걸까.

클래식 |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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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은 올해 10주년이다. 이번 주말의 공연 작품은 사단법인 호남오페라단(예술총감독 조장남)과 작곡가 지성호의 창작 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 "달하 노피곰 도다샤"로 시작하는 백제가요 '정읍사'에서 소재를 땄다. '깊은 산골,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여인'의 애절한 망부가를 오페라 선율로 담아낸다. 이일구 지휘로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소프라노 신승아·강혜명·정성미, 테너 이정원·한윤석·이동명 등이 출연한다. 다음 주(31일~6월 2일)에는 노블아트오페라단이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올린다. 페스티벌은 다음 달 9일 국립오페라단의 콘서트 오페라 '바그너 갈라'로 막을 내린다.

콘서트 | 서울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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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계의 거장 윈튼 마살리스<사진>, 천재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니. 재즈 팬들에게 가히 충격적인 일이다. 여기에 쿠바의 여왕 오마라 포루트온도와 베이시스트 크리스천 맥브라이드까지 뭉쳤다.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이 모은 초호화 캐스팅이다. 해외 뮤지션뿐만 아니라 선우정아와 정재형부터 장범준, 크러쉬, 에픽하이까지 다양한 공연이 준비돼 있다. 재즈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돗자리와 선글라스를 챙겨 공연장으로 향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체조경기장부터 88마당까지 무대가 네 곳이니 누가 언제 공연하는지 적힌 시간표를 꼭 챙기시길.

넷플릭스 | 디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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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은 꼼꼼하다. 어벤져스가 지구 지키느라 자기 이웃을 지키는 데 소홀할 것을 염려해 '우리 동네 지킴이'들도 내놓았다. 미국 뉴욕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려는 암흑조직에 맞서 싸우는 4명의 영웅 '디펜더스'다. 시각장애인 고수 '데어데블', 방탄 인간 '루크 케이지', 괴력의 사립탐정 '제시카 존스', 수천년 전통의 신비한 무술을 계승한 '아이언 피스트' 등 디펜더스는 어벤져스에 비해 다소 겸손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유머 감각이나 영웅심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시리즈지만 마블의 모회사인 디즈니가 올 연말 론칭할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디펜더스의 판권도 회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둘러 이들의 모험을 챙겨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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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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