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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美 국경 순찰대원의 눈으로 본 불법 밀입국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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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선은 장벽이 되고

프란시스코 칸투 지음서경의 옮김|서울문화사
328쪽|1만5800원


어릴 적 카우보이가 꿈이었던 멕시코계 미국인 소년은 자라서 국경 지역을 연구하는 국제정치학도가 됐다. 애리조나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서 불법 밀입국을 단속하는 순찰대원에 자원했다. 그의 어머니는 "힘들게 대학 학위를 따고 겨우 국경 순찰대라니…"라며 만류했다. 중무장한 마약 갱단의 총격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은 "현장에서 국경의 실태를 확인하고 싶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책은 텍사스 사막 등지에서 3년간 국경 순찰대원으로 근무했던 저자의 '일인칭 수기(手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건설을 추진하면서 이 책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삼면의 바다와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우리에겐 언젠가부터 국경이 낯설다. 하지만 유럽 난민부터 탈북자 정착까지 국경은 전 세계의 공통적 고민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자유와 일자리를 약속하는 생명선이지만, 불법 밀입국을 막으려는 당국자에게는 지켜야 하는 저지선이다.

그 최전방에 선 저자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특히 하절기에는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빈사 상태로 발견된다." 이 수기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결국 저자는 순찰대를 떠난다.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글쓰기에 매달린다. 책 말미에는 불법 밀입국을 단속했던 저자가 불법 체류자인 직장 동료를 돕기 위해 나서는 반전이 기다린다. 구어체와 단문 위주의 문장이 생동감을 자아낸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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