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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포플러는 프랑스 혁명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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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길고 긴 나무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ㅣ강경이 옮김ㅣ클
380쪽ㅣ1만6000원


18세기 포플러만큼 정치적인 나무가 있을까. 당대 영국 지주들은 이탈리아에서 온 곧고 단정한 롬바르디아 포플러(Populus nigra 'Italica')에 매혹됐지만 이를 선뜻 반기진 못했다. 프랑스 앙시앵레짐(구체제)이 뿌리 뽑힌 데 불안을 느낀 이들은 민중(populace)과 같은 어원에서 나온 포플러를 경계했다. 대신 느린 성장과 점진적 변화, 지속성을 상징하는 영국 참나무로 눈을 돌렸다. 반면 급진주의자들은 포플러 심기에 열을 올렸다. 1789년 프랑스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 직후엔 혁명가들이 장대처럼 큰 키의 포플러를 새 공화국의 상징으로 심는 모습을 담은 대중 판화가 유행했다. 그렇게 포플러는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일보

빳빳하게 가지를 위로 들어 올린 포플러 나무. /클


옥스퍼드대 영문학 교수인 저자가 나무에 얽힌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진토닉 잔에 띄운 과즙 넘치는 토스카나산(産) 올리브를 마주했던 경험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리브 나뭇가지는 국제연합(UN)의 로고이기도 하다. 구약성경에서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 흰 비둘기가 노아의 방주에 앉은 때부터 평화를 상징해왔다. 나무 한 그루로 고대, 중세, 근·현대를 넘나든다.

나무는 성인(聖人)의 여정에도 자주 등장한다. 싯다르타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고, 예수는 종려나무 가지가 흩뿌려진 길을 따라가다 체포돼 나무 십자가에서 처형됐다. 무심히 서 있지만 나무는 오래도록 인류와 함께였다. 나이테가 담은 기억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가디언' 올해의 책, '선데이타임스' 올해의 네이처 북 선정작.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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