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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어산지가 간첩?… 美, 죄목 추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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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기밀자료 폭로 혐의로 적용, 이런식이면 기밀보도도 간첩행위

조선일보

미 법무부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사진〉에게 간첩법(Espionage Act)에 따라 17개의 죄목을 추가했다. 지난 4월 기소된 어산지는 2010년 미 육군 정보분석원이었던 첼시 매닝이 국방부 기밀 자료를 빼낼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사이버범죄법만 적용받고 있었다. 미 법무부가 처음으로 어산지의 정부 기밀 폭로 행위를 '간첩 활동'으로 못 박은 것으로, 미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론이 거세다.

23일(현지 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어산지의 기존 죄목 1개에 더해 간첩법에 따라 17개의 죄목을 추가한 공소장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모두 2010년 첼시 매닝으로부터 얻은 아프간·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 정보를 위키리크스에 폭로한 것과 관련한 혐의다.

법무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차관보는 "법무부는 민주주의에서의 언론인의 역할에 감사하고 있다"며 "기자들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산지는 언론인이 아니다"라며 "전쟁 지역에 있는 정보원의 이름까지 공개해 그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어산지를 추가 기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는 반론이 거세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수정헌법 1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고, 미국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도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성명을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어산지의 위키리크스가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은 아니지만, 그의 행위가 우리와 법적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런 식이면 기밀을 보도한 기자들도 간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산지는 현재 영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2012년부터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해 7년간 은거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에콰도르 대사관은 어산지에 대한 보호를 중단했고 영국 경찰은 그를 체포했다. 어산지는 "스웨덴에 송환되면 미국으로 넘겨져 목숨이 위험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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