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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벽 못넘고… 英 메이 "내달 7일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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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완수 못해 아쉬워" 울먹, "삶이란 타협하는 것" 강경파 비난

임기 내내 강경·온건파에 휘둘려… 차기 총리, 강경파 존슨 유력 거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사퇴를 발표했다. 메이는 24일(현지 시각) 오전 총리 관저에서 "오는 6월 7일 당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보수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총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메이는 사임 발표 회견에서 "내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서 일할 기회를 가졌다는 데 무한히 감사한다"고 말하는 순간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브렉시트를 성사시킬 수 없었던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을 몰아붙인 당내 강경 브렉시트파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타협(compromise)은 더러운 단어가 아니며, 삶이란 타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메이는 옥스퍼드대를 나와 영국중앙은행에 다니다 41세였던 1997년 하원 의원에 당선돼 원내에 입성했다. 2010년부터 6년간 내무장관을 지냈다. 2016년 7월 마거릿 대처가 퇴임한 지 26년 만에 영국에서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비주류였던 메이가 총리가 된 것은 예상 밖이었고, '어부지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해 6월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EU 탈퇴 의견이 절반을 넘자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후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했다. 총리 후보로 꼽히던 남성 중진 의원들은 브렉시트라는 진흙탕에 발을 담그기 주저했다. 여성 의원끼리 총리직을 놓고 경쟁이 벌어져 메이가 승리했다. 이 때문에 메이가 '유리 절벽'에 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기업이나 정치 조직에서 실적 악화나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생길 경우 여성을 리더로 파격 발탁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여성이 통상적 상황에선 고위직을 맡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독배(毒杯)인 줄 알면서도 마신다는 것이다.

원래 EU 잔류파였던 메이가 브렉시트를 완수해야 하는 총리를 맡은 것부터 모순이었다. 임기 내내 보수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휩쓸리다 '허수아비 총리'라는 말을 들었다. 특히 같은 여성 총리였던 대처와 늘 비교되며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11년에 걸친 대처의 재임 기간 스스로 그만둔 장관급 이상 인사는 25명이었지만, 메이 집권 3년 동안 장관급 이상 고위직 36명이 메이를 떠났다.

메이는 올해 3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를 앞두고 EU와 결별 조건을 담은 브렉시트 방안을 3차례 표결에 부쳤다가 세 번 모두 의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당내 강경 브렉시트파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오는 10월로 브렉시트를 연기해둔 메이는 지난 22일 네 번째 표결을 준비하면서 야권의 주장을 수용해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이것이 보수당 내에서 격렬한 불만을 일으켰다. 결국 당내에서 거센 사퇴 압력을 받으며 고립무원 상태가 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

차기 총리로는 강경 브렉시트파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과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도 후보로 거론된다.

메이는 6월 7일 이후에도 후임 보수당 대표가 선출돼 차기 총리로 취임할 때까지 총리직은 임시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영국 언론은 이 시기를 7월 말로 예상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보수당 대표 선출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당내 하원 의원들이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경선을 거듭 실시한 뒤, 전국 당원 12만5000여 명이 두 후보를 놓고 우편으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존슨이나 당내 강경파가 총리로 선출될 경우 EU와 합의 없이 헤어지는 '노딜 브렉시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존슨은 "노딜의 피해는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며 EU와 신속하게 결별하기를 주장한다. 일간 가디언은 "존슨의 강경 노선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경우 다른 후보가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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