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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트럼프·민주당, 점점 험악해지는 '막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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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낸시, 엉망진창" VS "괴짜 트럼프, 분노 발작"

트럼프, 푸틴 칭찬한 틸러슨에겐 "돌같은 멍청이"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간의 '막말 정치'가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미쳤다"고 비난하거나, "괴짜" "엉망진창"이라며 모욕적인 언사를 주고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23일(현지 시각) 온종일 인터뷰와 트위터 등을 통해 거친 설전을 벌였다. 전날 양측이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자신에 대한 조사를 문제 삼으며 3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막말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가진 주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전날 "분노 발작(temper tantrum)을 일으켰다"며 "나는 대통령 가족이나 백악관 참모들이 이 나라의 안녕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개입(intervention)해 주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기자들이 '개입'의 의미를 묻자 펠로시는 농담조로 "헌법 25조, 그게 좋겠네"라고 말했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내각과 의회가 대통령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정상적 직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란 것이다.

이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폭발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엉망진창(mess)"이라고 했다. 기자들이 펠로시가 '개입'이란 단어를 쓴 것에 대해 묻자 "미친 낸시(crazy Nancy)"라며 "그녀는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후 그는 옆에 있던 참모들에게 자신이 전날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도 연출했다. 그는 "켈리앤(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내가 성질을 부렸나. 녹음 테이프 있지?"라고 물었고 콘웨이는 "아주 침착했다. (테이프가) 물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극도로 안정된 천재(extremely stable genius)"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분이 안 풀렸는지 이날 밤 트위터에 "펠로시가 기자회견에서 말을 더듬는다"며 편집한 동영상을 올리며 조롱했다.

이에 펠로시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극도로 안정된 천재께서 조금만 더 대통령처럼 행동하면 인프라·무역 등을 논할 수 있을 텐데"라고 비꼬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MS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괴짜에다 허둥지둥하고 아무 실적도 못 내는 지도자"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펠로시는 탄핵과 관련해선 트럼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탄핵은) 트럼프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라며 "탄핵을 피할 수 없는 지점으로 갈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금 그런 지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섣부른 탄핵 추진으로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측의 설전에 대해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펠로시 승리'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자제력을 잃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충동적인 인물이란 점이 부각됐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에 대해 트위터에 "돌 같은 멍청이"라고 공격했다. 이는 틸러슨이 최근 하원외교위원회에서 2017년 7월에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준비가 잘돼 있었다"고 말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에 열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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