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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모나리자보다 멋진 '신라의 미소'… 그림으로 세계에 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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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소'展 작가 이조경씨, 환갑 지나 붓 들어 파리 전시도

조선일보

/장련성 객원기자


작가 이조경(78·사진)씨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보름 동안 '한국의 미소' 초대전을 열었다. "활짝 웃는 얼굴이 새겨진 기와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그림이 대표작이었어요. 전시 마지막 날 한국 신문을 봤더니 그 수막새가 국가 지정 보물이 된다는 기사가 났더라고요!"

화가이자 시인인 이씨가 경기 용인의 자택에서 보여준 도록 표지엔 김홍도의 풍속화를 배경으로 '신라 천년의 미소'라는 이 수막새가 보였다. "모나리자 미소 저리 가라 할 만큼 정답고, 은근한 멋이 있죠. 이 멋스러움에 빠져 세계에 자꾸 우리 '얼굴'을 자랑하고 싶어졌어요."

그는 22일부터 28일 오전까지 서울 종로구 경인미술관에서 '한국의 미소'전(展)을 열고 있다. 로맨틱한 웃음을 품은 수막새, 평온한 미소가 어린 반가사유상, 상모 돌리며 신명난 농악단…. 작가의 마음에 박힌 미소 30여 점을 수채화·아크릴화 같은 다양한 기법으로 선보인다. "얼굴에서 풍기는 우리 민족의 선량함, 해학으로 괴로움을 승화시킨 조상의 멋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경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서울여상·동덕여대에서 11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다. 그림을 시작한 건 2004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다. "맏딸 노릇 하려 미대 가고픈 꿈을 접었는데 이젠 날 되찾자 했어요." 2013년 수필 24편과 그림 50점을 곁들인 '선물로 온 사람들' 화문집을 펴냈다.

이듬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수막새를 보고 반해 그날부터 조상이 남긴 미소를 그리기 시작했다. "젊을 적 학생들 얼굴을 마주해서 그런가, 천태만상 얼굴 그리는 게 재미있어요. 말없이 대화하며 사랑에 빠지는 기분." 얼이 담긴 미소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 "경주 함월산 비탈에 새겨진 마애불을 그릴 땐 인자함에 저도 모르게 합장을 했고, 반가사유상의 거룩함에 압도돼 한 달을 씨름했다"고 했다.

시조시인이기도 한 그는 '한국 전통문화 알리미'로도 나섰다. 2017년 선후배 4명과 함께 쓴 '자유와 절제 사이' 시조집을 영어로 번역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했다. "한지는 1000년을 가고, 시조는 1000년이 됐지요. 둘 다 자랑하고 싶어 시조집을 한지로 만들었어요." 이번 전시가 끝나면 영국 런던 세계전통시인협회 대회에서 15국 참가자들에게 우리 민속놀이를 그린 부채를 선물할 작정이다.





[용인=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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