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美, 이번엔 中과 ‘환율전쟁’… 한국도 사정권에 들어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G2 무역전쟁 3라운드 돌입/ 자국 통화가치 절하 국가들에/ 美상무부 “상계 관세 부과 추진”/ 中의 군사기술·정보 탈취 차단/ 美 상원 군사위, 국방수권법 처리

세계일보

미국 상무부가 무역이익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미 무역흑자국을 겨냥한 이번 조치는 중국이 주요 타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에 이어 세 번째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번 변화는 미 상무부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통화보조금’(currency subsidies)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해외 수출국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계관세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가격경쟁력이 올라간 상품이 수입돼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제품에 불공정한 지원에 대한 관세를 물려 경쟁력을 깎는 수입제한 조치다. 미 상무부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함께 수입 제품에 대한 수출국 보조금 지원 여부와 그 규모를 조사, 판정해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상무부 발표는 미·중 무역갈등 와중에 나왔다. 일차 표적이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포함한 불공정 무역관행을 계속한다는 이유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을 문제삼아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특히 환율조작을 중국의 불공정행위 중 하나로 지목하고 최근까지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주요의제로 논의해 왔다.

미 상원은 이날 워싱턴에서 군사위원회를 열고 중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우선순위로 명시한 ‘2020년 국방수권법안’을 25대 2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특히 중국의 군사 기술 및 정보 탈취를 막기 위해 국방부 장관에게 중국군과 연계된 중국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명단을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은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 안보와 번영에 대한 주요한 도전”으로 평가했다. 법안은 그러면서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 회복을 위한 역량 및 작전 개념 개발 지원, 중국의 군사적·안보적 목표와 관련한 해외투자 파악, 중국 희토류 장악에 대응한 국방부의 석탄재 내 희토류 추출능력 개발자금 승인 등 대중 전략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세계일보

◆‘G2 환율전쟁’에 한국도 사정권… “정부, 선제 대응 나서야”

미·중 무역전쟁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우리 외교가 선택의 기로에 선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국이 고의적인 환율조작국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건 일차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나 총구는 언제든지 한국을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외 각 기관이 우리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조정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둔화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고율의 상계관세를 무기로 꺼내들면서 이번 조치가 다른 나라들로 확대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더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데 통화정책을 활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틈만 나면 대미 수출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환율조작으로 미국의 이익을 뺏어간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같다. 로이터통신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 인도, 독일, 스위스 등 미국 재무부가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한 나라의 상품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대체로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즉 평가절하(환율 상승)되면 대미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면 미국으로 1000달러에 수출하던 제품을 833달러에 팔아도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 확장기에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1%포인트 하락하면 수출증가율이 1.67%포인트 상승한다. 미국은 정부 개입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린 국가에 고율의 상계관세를 매겨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0.8원 내린 1188.4원으로 마감했다.

앞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면 대표적인 수출 효자품목이면서도 최근 부진을 겪는 반도체 등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산라인이 해외 곳곳에 포진한 자동차업계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환율 변화 등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세계일보

무슨 얘기 하나 2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정부 및 금융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왼쪽)이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글로벌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정부 및 금융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발제를 통해 최근 세계 경제환경 변화의 특징으로 미·중 통상 갈등을 비롯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거론한 뒤 “국내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이 더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리스크가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경제의 지속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감독당국도 가계·자영업자 부채, 기업 부채, 금리·환율 등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실물경제로 옮아가지 않도록 각종 불안요인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차상균 서울대 교수는 미·중 패권경쟁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은 기술수준은 떨어지지만 규모는 크다. 앞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지배하면 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수출과 투자 부진에 제조업 경기가 침체됐다”며 “혁신금융 등 성장동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외 상황에 대해 “세계 교역량 위축이 가파른 게 대외교역비중이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걱정”이라면서도 “다행히 (국내) 심리지수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업턴(상승)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김범수·김준영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way@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