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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미, 화웨이 때리기 왜?…“지금 중국 기술굴기 못 막으면 실리콘밸리 무너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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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미국 ‘화웨이 죽이기’ 전문가 분석

강경한 ‘화웨이 때리기’ 나선 미국

시진핑 “새로운 대장정 시작” 맞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에서

중국 기업들 잇달아 미국 위협

“생각보다 빠른 중국의 기술굴기에

러스트벨트와 실리콘밸리 손잡아”

“중 기술혁신→첨단화→금융굴기

차단해 브레턴우즈 체제 유지 목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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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인 화웨이를 세계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특정 기업을 향한 미국의 집요한 공격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17일 성균관대에서 성균중국연구소와 공주대 SSK사업단이 공동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미·중 기술패권경쟁’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전쟁의 본질은 중국의 기술굴기 견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군(인민해방군의 전신)이 1930년대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던 중 장시성 위두현에 있는 장정출발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비행기로 날아가 기차를 타고, 다시 승용차로 이동하는 고된 여정이었다. 이후 시 주석은 1934년 10월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등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홍군 주력부대가 강을 건넜던 첫번째 포구를 돌아봤다. 당시 국민당군에 포위돼 절멸의 위기에 처했던 중국공산당 홍군은 이곳에서 강을 건넌 뒤 370일에 걸쳐 9600km의 거리를 걸어 옌안으로 탈출했다. 그 과정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민심을 얻어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시 주석은 이날 방문에서 “홍군이 대장정의 출발점에 섰던 당시를 기억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고 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모습은 다음날 중국 중앙티브이 메인뉴스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경제 신냉전’이라는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대하는 중국 지도부의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두 주간 미국은 중국과 중국 정보기술(IT)의 상징인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숨가쁘게 쏟아냈다. 지난 10일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약 236조원) 중국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국가안보에 위험을 제기한다”며 중국의 통신 장비의 판매 및 사용을 금지한다고 선포했다. 미국 상무부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화웨이와 그 계열사 68개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어 구글과 인텔, 퀄컴 등 주요 정보통신 회사들이 화웨이에 서비스와 칩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이런 미국의 공세에 “순순히 무릎 꿇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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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기술굴기 억제 정조준

전문가들은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제조업을 넘어 ‘기술패권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본질은 미국의 중국의 ‘기술굴기(부상)’ 견제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 포문은 지난해 3월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미국 무역대표부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중국에 대한 행정조치를 결정하면서였다.

지난 17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미·중 기술패권경쟁’ 심포지엄에 참석한 박홍서 박사(공주대 SSK사업단)는 “당시 이 보고서의 핵심 표적은 이미 단순한 무역 역조가 아니라 첨단기술 관련 중국의 불공정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박 박사의 발표문(‘미국은 왜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는가’)을 보면 이 무역대표부 보고서는 “중국이 각종 법·행정 조치를 활용해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차단하고 첨단기술 이전을 강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중국이 시도하고 있고, 심지어 해킹을 활용해 기술, 기업 비밀 등을 절취함으로써 미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지난해 4월3일 트럼프 정부는 500억 달러(약 53조원)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주요 부과 대상은 ’중국제조 2025’로 혜택을 보는 전자, 기계와 같은 첨단 제품들이었다. 보복 관세에 이어 중국 이동통신기업 중싱통신(ZTE)의 미국 내 영업활동 금지조치, 반도체 회사 푸젠진화에 대한 미국 장비 및 기술이전 금지,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에 대한 체포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지난해 11월19일에는 미 산업안보국의 인공지능, 로봇, 양자 컴퓨터와 같은 첨단기술 수출에 대한 통제 강화 방침도 발표됐다.

세종대 최필수 교수(중국통상학)는 “중국을 향한 전선에서 미국 ‘러스트벨트’(미 북부·중서부 등 한때 전통적 제조업의 중심지로 호황을 구가했으나 이후 미 제조업의 쇠퇴로 불황을 맞은 지역)와 ‘실리콘밸리’(미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첨단기술 산업단지)가 범미국적 단결을 이뤄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 이유는 중국의 숙련 노동이 생각보다 빠르게 고부가가치화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더는 실리콘밸리의 하청 제조기지가 아니라 자체적 플랫폼과 기술을 갖춘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면서 “만약 중국이 기술과 표준에서 독립한다면 미국의 기술업체와 제조업체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고부가가치 개념 설계에 집중하고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중국 등에 아웃소싱했던 미국 기술기업들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는 얘기다. “더는 비교우위론이니, 글로벌 분업이니 하는 자유무역 시장질서 개념에 기대어 미국이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다”(최필수 교수)는 지적이다.

중국 기술 수준 어느 정도길래

인공위성 지피에스(GPS)를 대체할 베이더우(북두) 위성항법시스템, 아마존을 중국에서 축출한 알리바바, 국제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을 대체할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의 약진 등 중국 기술이 미국을 위협하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최근엔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며 항공 우주 분야에서도 미국을 자극했다.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무인운송수단 등 미래 핵심기술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선두 그룹이었던 미국 기업들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이다. 그 선봉에 서 있는 것이 화웨이다. 특히 화웨이는 4차산업 혁명의 신경망이라 불리는 5G 분야에 있어서 미국을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의 신경을 건드린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에서도 중국의 약진은 돋보인다. 10억명에 가까운 인구로부터 쏟아지는 거대한 규모의 정보는 인공지능 구축의 핵심인 빅데이터 형성에서 큰 경쟁력이 된다. 특히 중국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느슨한 편이라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쉽다. 2017년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몇 년 안에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계은행(WB)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2931억 달러로 미국 5743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40년 전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선전시는 화웨이, 인터넷·게임서비스 기업 ‘텅쉰’, 전기차 기업 ‘비야디’, 드론 기업 ‘DJI’ 등 세계 1위 기업들의 근거지가 되면서 지금은 실리콘밸리와 맞설 정도로 성장했다. 아직까지는 미중 간의 기술 격차가 크지만 지금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지 않으면 조만간 추월을 당할 수 있다는 위협감이 미국 정부 안에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첨단 제조업까지 완비하게 되면 미국 패권의 핵심인 기존의 달러 패권 체제의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미 국제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를 대체할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의 거래량은 최근 ‘일대일로 프로젝트’(중국이 추진 중인 신 실크로드 전략)에 힘입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4월 현재 89개국 865개 은행이 CIPS를 이용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지난해 전체 거래액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26조 위안(약 4100조원)에 달했다. 만약 중국이 더 보폭을 넓혀 나가면 ‘월스트리트’(미국 뉴욕의 금융중심가)도 더는 보고만 있지 못할 것이다.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을 불러온 1985년 ‘플라자 합의(1985년 주요 5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달러가치를 낮추고 엔화가치를 높이도록 한 합의)처럼 대중 무역전쟁의 다음 수순은 환율 전쟁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홍서 박사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기술혁신→제조업 첨단화→위안화 금융 굴기’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차단해야 할 이유가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화웨이 규제의 이면에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해 신 브레턴우즈 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습은 없다, 전쟁 격화할 것”

관세를 무기로 한 미중 무역전쟁은 올해 일시 봉합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술 패권 경쟁은 계속되고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달 초 미중 무역회담 결렬 후 나온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G20 회담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어두워진 상태다.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중국은 이번 사태를 시진핑 정권의 명운을 건 싸움으로 보고 있다. G20을 통해 대화의 모멘텀은 찾을 수 있어도 미중 간의 양보와 협상으로 극적 타결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수습되기에는 ‘너무 나갔다’는 것이다.

왕윤종 경희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미중 무역협상의 쟁점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제한할 수 있는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적 기술이전 금지,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의 폐지 등에 집중돼 있다”며 “앞으로도 전선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논란 핵심 ‘중국제조 2025’ 내용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2025를 갖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를 장악하기를 원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2025’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를 말한다. 미국은 지난해 4월 고율 관세 부과 중국산 제품 1300개 품목을 발표하면서도 이를 겨냥했다. 미국 쪽 비판의 핵심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한편, 국외 파트너들에 대해서는 기술이전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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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 기반 육성과 기술 혁신, 녹색성장 등을 통해 중국의 경제모델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꾸겠다”는 중국 정부의 산업전략이다. 2015년 3월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처음 언급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지만 그 생산수단(혁신기술)은 서방의 선진산업국이 쥐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중국제조 2025’이 나온 배경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핵심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고, 2025년에는 70%까지 달성하면서 10대 핵심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뜯어보면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단순히 기술 혁신을 열심히 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2025년이 되는 10년 내 중국을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시키고, 10년 뒤인 2035년까지는 일본, 독일을 제치고 2위 그룹의 선두에 나서고,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에는 세계 제1의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주력분야는 첨단 제조업이다. 빅데이터, 정보기술(IT), 인공지능, 생명과학, 항공산업, 신소재 등 대부분 미국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쥐고 있는 분야다. 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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