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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남북 농업 과학자·유전자원 교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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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m 단위 미세 농지 일기예보 시험 중…사막서 쌀 재배 도전"

"구제역·돼지열병 유전적 원인 찾아내 새 패러다임으로 대처하겠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농촌진흥청 제공]



(전주=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농업 부문 남북 교류 방안으로 농업 과학자와 유전자원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지난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농업 부문 과학자 교류가 분야별로 필요하다"며 "정치적인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또 "북한 농업의 토대를 이루는 북한 지역 유전자원을 파악하고, 이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며 "유전자원에 대한 정보 교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은 지난 2007∼2008년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 일종의 유전자원 은행인 '유전자원센터'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실현하지는 못했다.

김 청장은 "유전자원센터를 짓는다는 것은 북한에 있는 유전자원을 조사하고, 모으고, 보존·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라며 "이를 포함한 과학자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서늘한 북한은 기후변화 시대의 농업 부문에서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다. 경기도에서 심는 작물이 훗날 황해도나 북측 강원도 지역까지 재배 지역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청장은 "2008년 우리가 북측에 제공한 감자 품종이 2010년 민간 조사에 따르면 북한 감자의 50%를 대체했다고 한다"며 "이처럼 남북 경제 교류에서 농업 분야가 우선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 농업에도 많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1987년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농림축산식품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 부임해 곧 취임 반년을 맞는다.

그는 농업 부문 연구개발 기관의 수장답게 인공 광(光) 농업, 고온 극복형 광폭 온실, 초미세 농지 일기예보 등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 주제들을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김 청장은 "인공 광을 이용한 농업을 시도해보겠다"며 "농업용 공간을 만들어 스타트업 기업에 임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주의 한 장미농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똑같은 고온 극복형 광폭 온실을 짓고 있다"며 "유리 온실은 여름에 더위 통제가 안 되고 에너지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 온실은 에너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30도로 유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농촌진흥청 제공]



이 광폭 비닐하우스 온실은 길이 200m에 높이 18m로 채소뿐 아니라 여러 나무까지 모두 재배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 원료 약재, 의료용 식물 등을 재배하는 게 그가 가진 비전이다. 기술 발전이 이끄는 고부가가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이처럼 현장의 기술을 과감하게 가져다가 표준화해 농가에 보급하려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검증이 되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것을 전파해서 현지 농업을 바꿔보려 한다. UAE는 사막에서 벼농사를 짓기 원하는데 우리가 도전해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농진청은 기후변화가 중요한 이슈가 됨에 따라 예보의 정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전국 17개 시·군에서 30mx30m 단위의 초미세 기상예보를 시험 삼아 진행 중이다. '옆 김 씨네 밭에 내일 아침 서리가 내릴 것'을 예측해 대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김 청장은 "풍향, 온도, 서리 내림 등을 30m 단위로 정밀하게 전국 농가에 예보해주는 날이 올 것"이라며 "농가가 기후변화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후에는 변화된 기상에 맞는 작목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미생물 분야를 들며 질병 통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왜 구제역은 소·돼지만 걸리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돼지만 걸리겠느냐"며 "유전적으로 그 원인을 빨리 찾아내 새로운 대처법을 만들려 한다. 19∼20세기가 백신을 통한 질병 통제였다면 21세기에 맞춰 새로운 방식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청사진을 내놨다.

이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병원성 미생물 통제 방법을 찾고 싶다"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친 대규모 프로젝트로 대한민국이 5∼10년 뒤 미생물을 통해 농업과 인류에 기여하는 과학 강국이 되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진청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토양정보를 담은 토양 지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 청장이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FAO 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김 청장은 "우리나라는 과거 1960년대부터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토양 지도를 만들어냈다"며 "이제 우리가 돌려줄 때가 됐다. FAO와 합작으로 아시아 13개국의 토양 지도를 만들고자 올 하반기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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