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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칸 심사위원장 "'기생충', 한국적이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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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72회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해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 ‘기생충’은 무척이나 유니크(unique·특별한) 한 경험이었으며,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기생충’을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이냐리투 감독은 이날 오후 7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칸 영화제 시상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며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긴급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냐리투는 그러면서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있는 그 무엇을, (봉준호 감독은)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방식으로 그려냈다"며 "우리(심사위원단)는 모두 이 영화에 매료됐고, (황금종려상에) 만장일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로,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세계적 현상인 ‘빈부격차’ 문제를 개성있게 풀어냈다는 현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틱스’에 돌아갔다. 칸 영화제 사상 흑인여성 감독으로는 최초 경쟁부문 수상이다. 심사위원을 맡은 미국 배우 엘르 패닝은 "‘아틀란틱스’는 아름다운 우화"라며 "여성의 눈을 통해 보통의 시각으로 다루기 어려운 유럽 난민의 위기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이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연약하며 감정적인 인간을 다뤄 그 자체로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상은 라즈 리 감독의 ‘레 미제라블’과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의 ‘바쿠라우’가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영 아메드’의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에게 돌아갔다. 이미 두 차례 황금종려상 수상을 통해 ‘칸이 선택한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두 감독은, 영화 ‘영 아메드’에서 급진적인 이맘(이슬람교단의 지도자)에게 세뇌당한 후 스승을 죽이려 하는 무슬림 10대의 초상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각본상은 프랑스 작가 겸 감독인 셀린 시아마가 받았다. 셀린 시아마는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에서 레즈비언의 눈을 통해 현대와 서구 전통 예술 전반에 걸쳐 형성된 ‘여성시선’의 개념을 다뤘다.

남우주연상은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여우주연상은 ‘리틀 조’의 에밀리 비샴이 각각 수상했다.

이냐리투는 올해 칸 영화제의 수상작 대부분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 "예술을 통해 때때로 미래를 볼 수 있다"며 "이제 영화는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표현되는 사회적 의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으며, 단지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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