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자금이탈 우려 심화 / 4월 시중은행 4곳 골드바 판매량 껑충 / SNS에선 리디노미네이션이 이슈 돼
최근 거듭 심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 악화 양상이 장기화될 조짐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 자금이탈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일축하긴 했지만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조정)에 대한 불안감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시중자금은 금이나 달러에 몰리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주(2055.80) 대비 10.49포인트(0.51%) 내린 2045.31에 거래를 마쳤다.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글로벌 정치 및 정책의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이번주 코스피지수는 2000~2100 포인트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의 신흥국(EM) 지수 조정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된다. MSCI는 28일 EM 지수에 편입된 중국 A주의 시가 총액을 5%에서 10%로 상향 조정한다. 지난 3월1일 발표한 바와 같이 MSCI는 총 세 번에 걸쳐 중국 A주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이달에 중국 A주 비중을 5%에서 10%로 높이고, 석 달 뒤인 8월에 15%로, 또 11월에 20%로 확대한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이번 편입비중 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150~200억달러 유입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에 대한 투자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국내 증시 자금이탈 우려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종자금을 1조1000억 달러 가정할 경우 이론상으로 오는 28일 자금 이탈 규모는 3~4조원으로 추정된다”면서 “5월 들어 외국인 순매도는 1조2000억원, 비차익 거래 누적 순매도는 1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해당일까지 비우호적 수급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국제 무역분쟁 격화와 금융시장 불안,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설로 생긴 불안감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이어져 시중자금이 금이나 달러에 모여들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골드바 판매액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신한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 4곳(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의 지난 22일 현재 5월 골드바 판매액은 107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골드바 월간 판매액은 지난해 12월 26억8000만원에서 올해 1월 24억6000만원으로 소폭 줄어든 이후 2월 32억9000만원, 3월 37억1000만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엔 81억7000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5월엔 22일 기준으로 이미 100억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금 거래량도 불어나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번 달 일평균 금 거래량(24일 기준)은 33.6kg으로 3월 17.2kg, 4월 22.0kg보다 대폭 늘어났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도 골드바 판매량이 4월 177kg을 넘었고 이번달에는 220kg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리디노미네이션이 이슈가 됐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의 인기도 커졌다. 시중은행 5곳(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이달 22일 기준 129억27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6400만달러 증가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더해 지난달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상승 흐름을 보이자 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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