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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양극화 담은 가족얘기’ 세계가 기립박수…“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을 만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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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기생충’…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은 7년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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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왼쪽)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주연배우 송강호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칸=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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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분간 이어진 기립박수 때부터 수상은 이미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늦은 밤 한국 영화 한 편이 관객의 귀가 발걸음을 약속이나 한 듯 멈춰 세우자,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집에 가자”(Let’s go home)고 외쳤던 그 순간에 세계인의 시선은 ‘황금종려상 수상’에 집중됐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 시각) “월드컵 같은 순간을 경험하는 것 같아 약간 쑥스럽고 너무 기쁘다”며 “조용히 술 한 잔해야 할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네치아 영화제)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봉 감독은 “마침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인데,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큰 의미가 있는 선물을 줬다”며 “개인적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되다니…”라고 벅찬 감동을 잊지 않았다.

‘기생충’은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등 21개 주요 작품과 경쟁했다.

상영 후 외신과 평론가들의 점수는 호평 일색이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 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라고 극찬했고, 칸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쟁쟁한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제치고 최고점인 평점 3.5점(4.0 만점)을 매겼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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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왼쪽)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생충'으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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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의 이번 작품은 역대 자신의 작품에 녹아있는 모든 장르와 철학이 한데 뒤섞였다는 점에서 ‘느닷없는’ 수상이 아니라 ‘예견된’ 수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괴물’(2006년)로 시작된 ‘판타지’에 대한 장르적 이해부터 ‘설국열차’(2013년), ‘옥자’(2017년)로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여준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서사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엮었다는 것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프라이빗’(개인적 이야기)에서 ‘퍼블릭’(공론화)으로 가는 이행 과정의 서사를 가장 잘 전달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플롯 중심으로 제기하는 ‘신자유주의’ 비판 물결은 유럽의 가장 뜨거운 화두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칸 영화제가 주목하는 ‘가족’ 이야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도 칸 영화제가 최근 몇 년간 주목하는 테마여서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생충’은 가족 모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인 빈부격차의 문제를 ‘가볍게’ 다루면서도 ‘진지한’ 성찰을 모색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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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은 “‘기생충’이 상을 받았지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수많은 위대한 한국 감독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올 한 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머우와 같은 아시아의 거장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 감독과 함께 자리한 배우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특히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준 한국 영화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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